2014년 3월 30일 일요일

경향_[사설]‘드레스덴 통일 구상’ 실천할 구체 방안 나와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옛 동독지역의 드레스덴 공대에서 연설을 통해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특별히 강조한 것은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 간 교류·협력이었다.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사업, 북한의 민생 인프라 구축, 북한의 농축산업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농촌단지 조성, 남북교류협력 사무소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남북 화해와 평화, 그 토대 위에서 통일로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상당 부분이 이미 이전부터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필요한 사업으로 지목되던 것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박 대통령이 통일 준비 과제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남북관계는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교착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 박 대통령은 국제회의에서 북측을 강하게 비판했고 북측은 그런 박 대통령을 상대로 인신공격성 반격을 가했다. 그 때문에 과연 이런 현실에서 드레스덴 구상이 실현될 지 의구심이 생긴다.

박 대통령은 남북 간 불신의 장벽, 사회·문화적 장벽, 단절과 고립의 장벽이 높다는 현실을 인정했지만 아쉽게도 장벽을 무너뜨릴 만한 좀 더 과감한 접근법이 보이지 않았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비핵화’나 ‘신뢰가 쌓여감에 따라’ 등 어떤 제안들은 조건을 달았다. 이는 현 단계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뜻처럼 들린다. 북측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없는 소극적인 정책이라면 ‘통일 준비’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 통일 준비는 북한뿐 아니라 남한의 변화도 요구한다. 그러나 남한의 변화에 관한 언급이 거의 없다. 서독은 동독 시민과 함께 살 만한 사회를 준비했기에 통일을 맞이했다. 그게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가 말한 대로 “독일통일이 아주 행운이자 대박”인 이유이다.

북한이 박 대통령의 구상을 남북 화해를 위한 긍정적 신호,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고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북한은 드레스덴 구상을 ‘흡수통일’ ‘북한 붕괴’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따라서 통일을 논할 때는 항상 통일의 상대를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 드레스덴 구상이 일방적인 통일 준비가 아닌 남북이 함께하는 통일 준비가 되기 위한 정부의 원모심려가 필요하다.

실천성이 담보되지 않은 구상은 듣기 좋은 말로 끝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정부는 후속 조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끊긴 남북대화를 복원해야 한다. 통일은 대화로부터 시작한다. ‘대화 없는 구상’은 공허한 상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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