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일 화요일

경향_[사설]‘규제완화의 그늘’ 김포 대곶면의 교훈

어제 자 경향신문 11면에는 매우 부조화스러운 사진이 실렸다. 첫번째 사진은 경기 김포시 대곶면 거물대리 마을 풍경이다. 주민이 트랙터로 밭을 갈고 있고, 인근 주물공장에는 태극기와 “박근혜 대통령 힘내세요. 창조경제를 지지합니다”라고 쓰인 글이 걸려 있다. 두번째는 월곶면 고양리 사진이다. 도로옆 건물 담벼락에는 ‘주물공장 들어오면 우리마을 죽은마을’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두 지역은 기업 규제완화가 마을을 어떻게 황폐화시키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포쌀 산지인 이곳은 1994년부터 공장들이 들어섰다고 한다. 비도시지역 일부를 공장용지로 이용토록 한 준농림지역제 도입에 따른 것이다. 2008년에는 수도권 정비계획법이 완화되면서 주민 집 옆에도 유해물질 배출 공장 건립이 가능해졌다. 산업단지의 절반도 안되는 돈으로 부지를 확보하게 된 기업들이 밀려왔다. 주로 금속을 가공 생산하는 주물공장이었다. 산업단지에 비해 관리·감독이 허술할 것이라는 생각도 이전을 부추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4년간 사업장 숫자가 28% 늘었다. 환경단체는 거물대리 일대에서 암환자가 속출한다고 얘기한다. 주민들이 공장을 찾아 항의하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지었다.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며 주민들에게 이사를 촉구한다. 지자체는 “절차에 따라 허가신청을 했는데 내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발뺌한다. 주민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이대로 가다간 김포쌀이 없어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규제완화로 기업이 잘되면 고용을 창출하고 이는 사회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논법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기업프렌들리’를 내세워 규제완화를 결정한 정부는 갈등 조장자로서의 원죄에도 불구하고 뒷짐만 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도 규제완화는 바이블이다. 그린벨트 내에도 ‘법적 요건’만 갖춰지면 산지 규제를 풀어 공장이나 아파트,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규제완화 최우선 방침에 관리·감독은 물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갈등 관리는 중요한 고려사안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입지 규제는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파괴되면 복구는 어렵다. 규제완화가 절실하다면 기업, 주민, 지자체 모두가 납득하는 방법을 찾은 뒤 움직여도 늦지 않다. 제2의 거물대리를 원치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현장을 찾아가 머리를 맞대고 최선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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