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3일 목요일

중앙_[사설] 새누리당 원내대표·대변인의 막말은 퇴출 대상

지난 2일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국회 연설을 하는 도중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너나 잘해”라고 외쳤다. 전날 대표 연설에서 최 대표가 새누리당이 기초공천 폐지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을 사과한 바 있다. 안 대표는 이를 겨냥해 대통령 대신 사과했다고 지적하며 “충정인가, 월권인가”라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이에 발끈하여 소리친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막말’이라며 사과를 요구하자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안 대표가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고 반박하며 “(초선) 하룻강아지가 범에게 달려들었다”고 재차 비난했다. 대표의 발언이나 대변인의 옹호나 모두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국회의 막말 문화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저질 관행이다.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을 심하게 비방하고, 일부 성직자가 대통령을 향해 저질스러운 표현을 쓰며,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사에 대해 망언을 내놓곤 한다. 이럴 때마다 여야는 여지없이 규탄한다. 그래 놓고 정작 국회는 막말을 쏟아낸다. 여기엔 여야 구별이 없다.

 지난해 7월 민주당 홍익표 원내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라고 묘사했다. 여론의 화살을 맞자 그는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이보다 며칠 전 광주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개혁 촉구 대회’에서 신경민 최고위원은 남재준 국정원장을 “미친×”이라고 지칭했다. 신 의원이 언어의 품위를 모범적으로 지켜야 할 방송앵커 출신이어서 이 발언은 특히 많은 이의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최 대표의 막말은 또 다른 차원에서 문제가 많다. 영어 표현 ‘floor leader’에서 보듯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질서와 품위 유지를 선도해야 한다. 특히 집권당 원내대표는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자기 당 의원들의 거친 공격을 막고 앞장서서 야당에 대한 존중을 실천해야 한다. 그런 지도자가 다른 사람도 아닌 야당 대표의 연설에 비방의 고함을 외친 건 상식 이하다. 미국 의회는 대통령 연설 도중 ‘거짓말쟁이’라고 소리친 의원을 문책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대변인의 막말도 퇴출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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