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정치연합 안철수 대표의 연설을 듣던 중 "너나 잘해"라고 소리쳤다. 주변의 같은 당 의원들은 키득키득 웃었다. 일부 의원은 "그딴 소리 하려거든 내려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전날 최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불(不)공천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점을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한 데 대해 "왜 원내대표가 대신 사과하시는지요"라며 "충정이십니까, 월권이십니까"라고 했다. "너나 잘해"는 이 대목에서 나왔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안 대표의 연설이 끝난 후 '범에게 덤벼드는 하룻강아지' '갓 태어난 아이가 어른을 혼내는 격'이라는 비유까지 들어가며 안 대표를 원색 비난했다.
그동안 정치권의 막말은 주로 야권에서 나왔다. 작년에도 한 의원이 대통령을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존재'라는 뜻의 '귀태(鬼胎)'의 후손에 비유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弑害) 사건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도 그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새누리당은 그때마다 상대방을 경쟁자가 아니라 악(惡)으로 보는 야권의 운동권 체질 때문이라고 했다.
집권당 원내대표는 야당과 협상하면서 국회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다. 아무리 힘들어도 야당을 달래 법안 하나라도 더 통과시키는 게 기본 책무다.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야당 대표를 '너'라고 부르는 마음가짐이라면 어떻게 상생(相生)과 타협의 정치를 이끌 수 있겠는가. 최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막말 정치가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더욱 실망스럽다. 야당 대표를 '하룻강아지'에 비유한 여당 대변인의 말은 정치인으로서 기본 양식까지 의심스럽게 들린다.
파문이 이어지자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3일 "깊이 반성하겠다"면서도 야당을 향해 "남의 티끌은 보면서 자신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했다. 최 원내대표 본인은 이날까지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사실 야당은 막말에 관한 한 누굴 탓할 처지가 못 된다. 그렇다 해도 집권당 원내대표의 막말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민이 왜 더 큰 충격을 받고 실망하는지 스스로 깨쳐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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