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일 화요일

경향_[사설]초단기 근로제는 ‘저질 일자리’만 양산할 뿐

정부가 하루 1~2시간씩만 일하는 초단기 근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환자를 돌보거나 가사를 하는 등의 이유로 짧은 시간밖에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아동 등·하교 도우미나 피크타임 카페 근무 등의 초단기 시간제 일자리를 발굴한다는 게 어제 경향신문 보도 내용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영국 정부의 ‘자투리 시간(Slivers-of-Time)’ 프로젝트 총괄 관리자인 윙햄 로완이 2012년 11월 제시한 이 새로운 개념의 근로 형태에 대한 연구용역을 수행 중이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단기·초유연 근로제 도입은 현 시점에서 부적절할 뿐 아니라 그 결과도 매우 우려된다.

고용률 70% 달성을 주요 국정 과제의 하나로 삼아 정부가 적극 추진해온 시간제 일자리 확대 대책은 노동계가 처음부터 비판해온 정책이다.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불안정 노동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시간제 노동이 비정규직 중에서도 고용 불안정성이 가장 높고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에다 법적 보호나 복지 혜택 또한 제대로 받기 어려운 ‘저질 일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노동계뿐 아니라 시중의 상식이다. 초단기 일자리는 곧 ‘초저질 일자리’가 될 공산이 크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고 근무 시간을 다양하게 정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고 유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질이다. 시간제 일자리든 초단기 시간제 일자리든 정부의 표현처럼 번듯한 조건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초단기 시간제 일자리에 기본소득과 각종 복지, 상여금, 퇴직금 등이 보장되는 것을 현실에서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많은 경력 단절 여성과 청년 실업자, 그리고 서울 송파 세 모녀 가정과 같은 생계형 노동자에게 절실한 것은 일자리의 수가 아니라 질이라는 걸 왜 모르는가.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해도 살아가기 빠듯한 저임금 구조, 그나마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모를 불안정한 고용 조건, 그러다 아프기라도 하면 막다른 벽으로 내몰리는 부실한 사회안전망…. 초단기 근로제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정책 등으로 가뜩이나 불안정해진 노동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노동계의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노동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근무 형태 다양화를 명분으로 초단기 근로제를 도입하는 것은 고용률 70%라는 수치 달성을 위한 꼼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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