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파주 추락기의 항적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기체는 내부 정찰사진 판독 결과 24일 오전 통일로를 따라 약 300m 고도로 비행하면서 20분 만에 청와대 인근에서 대통령 관저를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사진은 1m 이내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기체는 이후 다시 파주 방향으로 돌아가다 추락했다. 북한제로 밝혀질 경우 명백한 도발이다. 무인기가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표적 정찰하고 있었는데도 정부나 군은 까맣게 몰랐다. 무인기의 고도가 낮아 우리의 방공(防空)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종류의 무인기가 이전에도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니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추락기는 초보적 수준의 무인기이지만 개량하면 테러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자폭형 공격기로도 쓸 수 있고, 생화학 무기 탑재도 가능하다고 한다. 무인기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항공정찰 능력이 모자라는 북한군이 온 힘을 쏟고 있는 분야다. 북한은 현재 세 종류의 무인기를 보유 중이라고 한다. 중국의 무인기(D-4)를 들여와 자체 개조한 ‘방현-1, 2’가 대표적이다. 전방에 실전 배치된 기종으로 20~25㎏의 폭약도 장착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2년 전 군사 퍼레이드 때 무인타격기를 선보였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적 대상물 좌표들을 무인타격 수단들에 입력시켜 놓을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무인기 고도화에 맞춰 방공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하늘에 구멍이 뚫리면 안보 전체가 흔들린다. 무인기 포착을 위한 저고도 탐지레이더 도입도 지체할 이유가 없다. 차제에 민간 무인기 운항에 대한 제도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무인기 등록제나 비행금지 공역(空域)을 설정하지 않으면 적기와 구분할 방도가 없다. 사이버전에 이은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전선(戰線)이 생겨났다. 군 당국의 체계적이고도 종합적인 대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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