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차륜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KTX를 운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삭정(깎아내 평평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한 차량이 크게 늘어나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전체 70편성 중 41편성이 미삭정 바퀴를 설치한 채 운행됐다는 어제 경향신문 보도 내용은 충격적이다. 더욱이 정비 업무를 하는 철도노조원들이 불안감을 느껴 조속한 조치를 촉구했는데도 회사 측은 구두로 “책임질 테니 내보내라”며 계속 미삭정 차량을 운행시켰다고 한다.
차륜은 열차 안전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다. 삭정 등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하중 불균형에 의한 자체 진동으로 궤도 이탈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2011년 8월8일 삭정 기준을 초과한 채 운행되던 KTX가 진동 발생으로 정차하는 운행 장애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측도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달 관계자 회의를 통해 미삭정 차륜을 최단시일 내에 해소할 수 있도록 차량 운행 패턴을 마련키로 했고, 노사협의 과정에서도 차륜과 차축의 교체와 경제적 삭정 등 효율적인 차륜 관리에 상호 노력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측이 노조가 요구한 ‘운영 중지’가 아니라 점진적 개선 입장을 취함으로써 여전히 미삭정 차륜이 140축 이상 운행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미삭정 차륜에 대한 코레일의 이런 대처는 매우 안이할 뿐 아니라 우려스럽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철도민영화 논란이 계속되는 마당이다. 지난달부터 차륜 초음파 검사를 외주화하면서 열차 안전 업무 외주화 문제가 노사 간 쟁점이 되어 있기도 하다. 오랜 기간 검사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고 검사자의 경험이 중요한 핵심 안전 업무까지 외주화하는 데 대해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속 300㎞로 달리는 KTX에서는 하찮은 사고 요인도 용납될 수 없다. 작은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미삭정 차륜 운행에 대해 코레일 측은 “관리기준 이하로 미삭정된 차륜을 운영한 적 없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이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하루 15만명이 타는 ‘국민의 발’이기도 한 KTX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고속철이 아니라 고장철’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고장이 잦은 KTX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이고 철저한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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