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0일 화요일

조선_[사설] 대통령이 세월호 사과하는 날 나온 법무부 편법 인사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이중희씨가 서울고검 검사로 재임용되면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났다. 이 검사는 현 정부 출범 직후 검사직(職)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 근무해오다 최근 교체된 후 다시 검사로 되돌아간 것이다.

'현직 검사는 청와대 파견근무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검찰청법 조항은 1997년 만들어졌다. 검사가 청와대 파견근무를 하면 청와대의 의중을 검찰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되니 그걸 막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 후로 정권마다 검사에게 일단 사표를 쓰게 해 '전직(前職)'으로 신분을 세탁한 뒤 청와대 근무를 시키다가 슬그머니 다시 검사로 임용하는 식의 꼼수로 법 조항을 깔아뭉갰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에서 검사 수십명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행정관으로 일하다가 인사 특혜를 받아 법무부 장·차관이나 검사장, 부장검사 같은 요직을 맡으며 검찰로 되돌아갔다. 이런 검사 가운데 일부는 정권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검찰 조직은 물론 스스로를 망가뜨리곤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검사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외부 기관 파견을 제한해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약속은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중희씨의 검사 재임용은 편법(便法)으로 그때의 공약을 피해간 것이다. 청와대가 법 규정과 대선 공약을 우습게 본다는 뜻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는 여객선과 승객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 부처와 감독 기관, 선사(船社)인 청해진해운 등이 법과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어났다. 검찰은 이런 잘못을 바로잡겠다며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통령도 그런 오랜 적폐(積弊)를 바로잡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 대(對)국민 사과를 하고 대책을 발표하는 바로 그날 법무부는 대선 공약을 파기하고 법을 무력화(無力化)하는 꼼수 인사를 결행했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법을 무시해도 되는 특별한 권한이라도 갖고 있다는 말인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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