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사(船社)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본산인 경기 안성 금수원에 숨어 있다가 지난 주말 빠져나갔다고 한다. 검찰은 뒤늦게 금수원에 진입해 압수수색을 벌였으나 예상대로 결과는 빈손이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3일에도 유 전 회장 장남 대균씨의 집을 뒤졌지만 신병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미증유의 참사에 연루된 중요 피의자들을 한 달째 추적하고도 성과가 없다니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의 정보력과 수사력이 도마에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인천지검은 어제 금수원을 ‘뒷북 수색’한 데 대해 “유 전 회장이 최근 금수원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 전까지 머물렀던 만큼 도피 여부를 명백히 할 필요가 있어서”라고 밝혔다. 없는 줄은 알지만, 진짜 없는 게 맞는지 직접 확인하러 들어갔다는 얘기다. 어이없다 못해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흘 전 유 전 회장을 “공권력을 우롱하고 법의 권위에 도전하는 부패 기업주”로 규정하며 반드시 검거하겠다고 공언하던 기세는 다 어디로 갔나. 하기야 그 시간에 유 전 회장은 이미 금수원을 떠난 상태였으니 검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가 됐다.
우리는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가 벽에 부딪힌 근인(根因)은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불응하는 유 전 회장 일가에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검찰이 종교단체와의 충돌 등 불상사를 우려해 신중을 기한 점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측면을 감안한다 해도 검찰의 무능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검찰은 금수원에서 토요예배가 열린 17일쯤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떠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신도들 차량을 이용해 금수원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보고 검문검색을 했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다. 이틀 후인 19일에도 유 전 회장이 ‘비밀 별장’으로 알려진 금수원 인근 호미영농조합에 숨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현장을 급습했으나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잡을 수 있었던 기회를 번번이 놓친 것 아닌가.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서울 등의 신도 집에 은신했을 것으로 보고 추적 중이라고 한다. 이제는 더 이상 헛발질을 되풀이하지 말고 이른 시일 안에 유 전 회장 일가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청해진해운 비리 수사가 공전하면서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 검찰은 안이한 자세를 버리고 치밀하게 수사에 임하길 바란다. 검찰의 자성과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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