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 어제 진도 팽목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관련해 “아직 남아 있는 17명의 실종자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단 한마디도 찾을 수 없었다. 대통령조차 국민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책임자들을 물러나게 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정부에서 책임지고 마지막 한 명까지 구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가족들은 실종자 이름을 차례로 부르며 “보고 싶다” “집에 돌아가자”고 외치다 오열했다고 한다. 비통하고 참담하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오늘로 5주일이 되었다. 채 눈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벌써 ‘4·16’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있다. 대통령은 수색 작업 중인 해경을 해체하겠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 대한민국’을 만든다면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대통령 담화의 후속조치 27건 중 절반을 다음달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어린 영혼들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신음하고 있는데, ‘새로운 역사’나 ‘담화 후속조치’를 거론할 땐가. 실종자들을 모두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지 않고는 어떠한 대책도 무의미하다. 정부는 다른 무엇보다 실종자 구조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정부의 참사에 대한 인식은 유가족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드러난다. 엊그제 안산 단원경찰서 소속 형사들이 진도로 내려가는 유족 대표단을 미행하다 적발됐다고 한다. 경기경찰청장은 사과하면서도 “유족을 보호하고 도움을 주려 한 것이니 사찰이나 미행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모양이다. 앞뒤 안 맞는 해명이 더 어처구니가 없다. 유족들을 도우려 했다면 신분을 밝히고 동행했으면 될 일 아닌가. 이번 사건은 명백히 불법사찰이다. 정부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해 책임자들을 엄중히 문책하고 유족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왜 발생했던가. 인간보다 재물을, 생명보다 효율성을 중시하다 빚어진 일이다.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사람을 경시하는 사태가 있어선 안되는 이유다. 해경과 유병언씨에 대해선 책임을 물어야 하고, 관피아는 척결해야 하고, 재난관리 컨트롤타워는 정립해야 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어제 팽목항에서 아들딸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던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다. 정부는 인간에 대한 예의부터 갖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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