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0일 화요일

조선_[사설] 국민은행, 감독 당국까지 끌어들여 집안싸움 벌이나

국민은행이 전산 시스템을 기존 IBM에서 유닉스로 바꾸기로 한 이사회 결정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특별 검사를 요청했다.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가 의결한 사안에 대해 은행 경영진이 반기(反旗)를 들고 감독 당국까지 끌어들이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 4월 2012년부터 검토해온 전산 시스템 교체에 대한 표결을 벌여 8대2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사회 의결은 사외이사 6명이 주도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 등은 내부 감사를 벌여 이사회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보고서 채택을 거절하고, 이사회 역시 감사 보고서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자 금감원에 특별 검사를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사외이사들과 경영진 간의 마찰에서 벌어진 일로 보이지만 그 이면(裏面)에는 지주회사인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갈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가 전산 시스템 교체를 기화로 정면충돌하게 됐다는 것이다.

파벌 싸움은 어느 조직에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거대 민간 은행의 경영진이 전산 시스템 바꾸는 일 하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채 감독 당국에 개입을 요청한 것은 자신들은 은행을 독립 경영할 능력이 없다고 공개 선언한 것이나 다를 게 없다. 누굴 믿고 이사회 결정을 뒤집기 위해 관군(官軍)을 불러오는 것인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은행은 작년부터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직원들이 공모해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한 뒤 100억원을 횡령한 사건에 이어 도쿄 지점에서 4000억원대 부당 대출을 해주고 리베이트를 챙긴 사건이 터졌다. 팀장급 직원은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1조원대의 가짜 은행 서류를 발급해줬다가 적발됐다. 끊임없는 낙하산 인사로 직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싸움의 주요 당사자들도 낙하산 인사로 회장·은행장·감사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다. 국민은행에 예금을 맡긴 고객들은 물론 국민이 다 불안할 지경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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