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의 시초는 1953년 내무부 치안국 소속으로 발족된 해양경찰대다. 292명의 희생자를 낸 서해훼리호 참사 이후 전문 구조구난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96년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독립했다. 이후 2005년 차관급 외청으로 승격되는 등 빠르게 조직·예산을 늘려왔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행정보다 국민안전을 중시한다는 취지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관련 조직·기능을 개편했다. 두 기관 모두 ‘국민안전 수호’라는 본질적인 책무를 다하지 못해 수술대 위에 오른 것은 자업자득이다.
해경의 업무는 수사정보·구조구난·해양경비로 나뉜다. 박 대통령의 구상대로라면 수사정보는 경찰청, 나머지 업무는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로 옮겨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구조구난의 전문성은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국가안전처와 경찰청의 업무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개악(改惡)이 될 수도 있다. 지금보다 수사정보·경비 업무가 위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세월호 수색작업도 직제 개편으로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
확실한 재난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에서 국가안전처의 신설은 필요하다. 다만 안전행정부가 주도하는 현행 중앙재난대책본부 같아서는 공무원들의 자리만 늘려주는 꼴이 된다. 위기가 닥쳤을 때 범부처를 지휘할 수 있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어야 한다. 민간전문가를 대거 임용해 조직의 유연성·전문성을 높여가야 한다. 강도 높은 교육훈련을 지속해 평상시 현장의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재난시스템 개조는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그것만으로 ‘안심 국가’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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