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0일 화요일

경향_[사설]‘관피아’ 수사 앞서 청와대 낙하산부터 없애라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치부가 드러난 ‘관피아(관료+마피아)’ 청산 작업도 결국 검찰이 총대를 멨다. 대검찰청은 오늘 열리는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민관유착 비리를 끊기 위한 수사 방향을 논의한다. 관피아 청산의 당위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매사를 검찰권으로 해결하려는 청와대의 발상은 문제가 있다. 검찰이 청와대의 ‘이중대’가 아니지 않은가. 더구나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낙하산 인사 관행을 버리지 못한 청와대가 관피아 청산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궁금하다.

관피아 사정작업은 황교안 법무장관 주도하에 일사천리로 이뤄지고 있다. 황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 담화가 나오자마자 “관피아로 불리는 민관유착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검찰 역량을 총동원할 것”을 검찰에 지시했다. 또 수사 과정에 구조·제도적 문제점을 발굴해 재발방지 대책에 반영하라고 주문했다. 청와대 의중을 잘 살피는 황 장관다운 처신이다. 청와대-법무부-검찰로 이어지는 하명수사의 전형이다.

청와대의 검찰권 동원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검찰은 해운 마피아의 유착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 중이다. 당국의 관리감독 체계를 무너뜨린 뒷거래 관행은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그러나 관피아 문제는 수사에 앞서 제도적인 문제다. 검찰권을 동원해 관피아 ‘청소작업’을 해달라는 주문은 청와대 인사권에 검찰을 들러리로 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식의 먼지떨이 수사가 효과는커녕 국민적 지지를 받을지도 의문이다. 혹 세월호로 들끓는 민심이 청와대로 향하는 걸 차단하려는 속셈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다.

검찰 사정작업도 좋지만 지금의 관피아를 양산한 주범이 누구인가. 이명박 정부는 차치하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간 선임된 공공기관장 153명 중 청와대 낙하산 인사가 절반인 75명에 달한다. 한결같이 힘깨나 쓴다는 정부 부처나 정치권, 대통령 측근들이다. 이들 낙하산을 통해 관피아를 양산한 게 누구인가. 당선인 시절 “공공기관에서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던 박 대통령 약속은 어디 갔는가. 

세월호 사고 와중에도 청와대는 달라진 게 전혀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대선캠프 출신의 박효종 전 서울대 교수를 내정한 것도 박 대통령이다. 이래놓고 무슨 관피아 척결인가. 박 대통령은 ‘눈물담화’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검찰 손을 빌릴 게 아니라 스스로 기존의 관행을 끊고 공기업 낙하산 인사들을 정리하는 게 순리다. 말만 앞세운 관피아 청산은 말짱 도루묵이다. 지금은 행동으로 그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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