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2일 목요일

중앙_[사설] 외교안보 라인 군 일색 벗어나는 계기 되길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외교안보 라인이 큰 폭으로 바뀌게 됐다. 역학관계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김 실장은 세월호 사고 후 “재난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아니다”라는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민심을 크게 악화시켰다. 이 발언은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김 실장 경질에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 국정 쇄신 작업에 부담이 되는 것은 모두 걷어내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감지된다.

 남재준 원장 경질은 국정원 직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지난달 박 대통령과 남 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국내정보 담당 2차장이 물러나는 선에서 매듭됐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 후 남 원장 경질 여론이 비등했지만 세월호 참사로 사건이 일시적으로 묻혔다. 수사 과정에선 국가 정보기관이 중국에서 비밀리에 활동해온 요원들과 협조자들의 신원을 노출시킨 비상식의 극치도 있었다.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은 국정원의 불법과 무능을 동시에 드러낸 사건인 만큼 남 원장 경질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남 원장 취임 후 2차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등으로 탈도 많았고, 말도 많았다. 남 원장 경질은 국정원이 정권의 이익이 아닌 국가 이익의 보루로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국정원의 탈정치와 정치적 중립, 정보기관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개혁은 불가결하다. 국정원의 환골탈태는 국정원 손에 맡기는 셀프 개혁으론 될 일이 아니다. 관련 법 개정이나 입법을 통한 제도화만이 새 지평을 열 수 있다. 국정원 개혁 문제가 남 원장 경질이라는 단순한 인적 쇄신에 그쳐서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할 수 없다. 정부는 국정원 개혁을 국가개조의 한 축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새 국정원장 인선의 초점은 개혁 마인드가 있느냐에 맞춰져야 한다.

 김장수 실장과 남재준 원장의 경질로 외교안보 진용이 어떻게 짜이고, 정책 노선이 얼마나 바뀔지도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거취가 주목을 받게 됐다.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김 장관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는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김 장관에 대해서는 북한 무인기 침투와 발견 과정에서의 졸속 대응, 인사 잡음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돼 왔다. 김 실장과 남 원장의 퇴진은 실사구시의 대북·대외정책의 계기가 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회의(NSC)는 김 실장(육사 27기), 남 원장(육사 25기), 김 장관(육사 28기)의 군 출신 영향력이 컸다. 이것이 대북 정책 등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NSC의 과도한 군 출신 구성은 대내외적으로 모양새도 좋지 않다. 지금 동아시아와 한반도는 불신과 대립에 휩싸여 있다. 이 난국을 헤쳐갈 국가 전략과 실무 역량을 갖춘 외교안보 라인의 인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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