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진에 뉴라이트와 기독교계 인사를 대거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안행부는 세월호 침몰사고 중간 수사 결과가 발표되던 지난 15일 이사진과 감사 등 5기 임원 9명의 명단을 사업회에 전격 통보했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등 뉴라이트재단(현 시대정신) 출신이거나 박상증 목사와 개인적·종교적으로 연결된 인사가 주축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지난 2월17일 박 목사의 이사장 임명에 반대해 이사장실 점거 농성을 벌이던 민주·시민사회단체는 “민주화운동 전체를 희롱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난국에 어쩌자고 이런 무리수까지 두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는 박 목사의 이사장 임명이 부적절한 점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적극적 지지자로서 비정파성과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임원추천위원회와 이사회에서 이사장을 추천하도록 한 사업회 정관, 그리고 그동안의 관례와도 어긋나는 인사였기 때문이다. 상위법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이사장과 임원 임면권이 안행부 장관에게 있어 문제가 없다는 식의 안행부 논리는 옹색하다. 낙하산 인사는 현 정부에서도 척결 대상이고, 기본 정신이나 취지에 맞지 않은 각종 편법과 비정상은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으로까지 지목되는 마당이다. 안행부는 박 목사를 이사장에 임명한 것과 똑같은 방식과 논리로 임원추천위와 이사회 추천 인사를 무시하고 이번 인사를 강행했다. 강병규 장관이 국회에서 세월호 구조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질타를 당한 바로 다음날 말이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지 않았음을, 아니 달라질 뜻조차 없음을 확인해준 꼴이다.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일은 정권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뉴라이트가 현대사에 이어 민주화운동사까지 자기 입맛에 맞게 다시 쓰려고 한다면 큰 오산이다. 소모적인 논쟁과 거센 반발을 부를 뿐 결코 성공할 수 없다. 90일 넘게 이사장실 점거농성을 벌이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불법임명 거부 국민대책위원회’는 농성을 계속하며 5·18민주화운동과 6월항쟁 기념식 등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에도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세월호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든 국론을 모으려고 혼신의 노력을 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안행부의 인사 재고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민주화운동의 업적까지 침몰시켜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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