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은 20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서 "중국 불법 어선 단속이나 독도 경비는 해경 담당인데 (해경이 해체돼) 그 기능이 국가안전처나 일반 육상 경찰로 가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며 해양경비대 신설을 제안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해경의) 순기능 부분이 확실히 담보되는 선에서 기구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담화에서 "해경의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해양 구조·구난과 경비 분야는 국가안전처로 넘기겠다"고 말했다. 독도 및 이어도 일대 해양 경비와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하는 불법 어선 단속 업무 등이 국가안전처 관할이 된다는 뜻이다. 바다 주권(主權)을 지키는 해양 경계·경비 업무가 국가안전처 내 실(室)·국(局) 단위 조직으로 편입되는 셈이다. 주권 수호 기능이 구조(救助) 기능 아래로 들어간다는 것은 머지않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대한민국의 EEZ는 육지 면적의 3배를 넘는 30만~35만㎢에 이른다. 2012년 창설된 제주 해경이 맡고 있는 EEZ만 해도 대한민국 면적에 육박하는 9만20㎢이다. 바로 이 해역에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이어도가 포함돼 있다.
해경이 세월호 구조 작업에 매달려 있는 사이 중국 어선들이 우리 바다를 휘젓고 다녔다. 연평도·백령도·흑산도 등 주요 어장에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매단 중국 어선만 눈에 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 어선들은 도끼와 낫, 쇠창 등으로 무장한 채 떼를 지어 다니면서 어종을 가리지 않고 불법 남획을 일삼고 있다. 준(準)군사작전이나 다름없는 이들에 대한 단속 업무까지 국가안전처가 맡게 되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은 지금 해양 주권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조치들을 취해나가고 있다. 육·해·공군과는 별도의 해안경비대를 강화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국방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국방 개혁 기본계획에서 현재 육군이 맡고 있는 해안 경계 업무를 2021년까지 해경에 넘기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해경이 해체되면 국방 기본계획까지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해경 해체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세월호 사태에서 드러난 해경의 구조적 문제를 꼽았다.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이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해양 구조·구난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해경의 무능과 무책임에 절망하고 분노했다. 해경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박 대통령의 문제 의식 자체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해양 구조·구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해경 본연의 업무이자 우리의 주권 수호와 직결된 해양 경비·경계 역량을 약화하는 쪽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 지금 한반도 주변 정세를 볼 때 해양 경계·경비 업무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별도의 해양 경비 조직이 꼭 필요하고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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