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KBS 메인 뉴스 '뉴스9'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전날 밤 KBS 기자 총회에서 한 '청와대 보도 개입' 주장을 보도했다. '뉴스9'은 길환영 사장이 김 전 국장의 주장을 부인했으며 19일 사원과 대화하며 사실을 밝히기로 했다고도 전했다. 세월호와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 논란으로 지난 9일 물러난 김 전 국장은 기자 총회에서 "내 사퇴가 청와대 뜻에 의한 것이었고 경영진이 정부 눈치를 보며 보도에 수시로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KBS 내부 갈등을 공영방송 주요 뉴스를 통해 접한 시청자들은 참담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갖가지 부조리와 불법· 탈법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였다. 그 와중에 나라를 대표하는 공영방송에서 내부 폭로로 보도국장이 교체되고 기자들의 제작 거부 결의와 부장·팀장들의 보직 사퇴로 번졌다. 노조는 파업 투표와 사장 출근 저지에 나서겠다고 했다. 신임 보도국장 임명에도 청와대 입김이 있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보고 있기 민망한 일들이 하루가 다르게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보도국장 인사에 간여하고 경영진이 뉴스 보도를 부당하게 간섭했는지 여부는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그러나 정치 개입 논란, 사장 퇴진 요구로 이어지는 내부 갈등 행태는 우리 공영방송에서 익히 보던 것이다. 이념 성향별, 노조별, 직군별로 복잡하게 갈린 사내 조직들은 정권이 바뀌거나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을 정치 쟁점으로 확대하곤 했다.
KBS는 국가 재난 방송 주관사다. 재난이 터지면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방송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속에서도 제 역할 못하고 비틀거리는 KBS를 어느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겠는가. KBS는 이번에 다시 공영방송으로서 목숨처럼 지켜야 할 보도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적지 않은 의문을 남겼다. KBS 경영진은 인사와 보도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자신들의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KBS 내부 갈등은 정치권이 독점한 사장 선임 방식부터 경영 비효율까지 총체적 개혁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일깨우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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