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을 공식화한 15일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헌법 해석으로는 우리의 자녀, 손자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며 "필요성이 인정되면 각의(閣議) 결정으로 헌법 해석을 변경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올여름쯤 해석 변경에 성공할 경우 연말까지 자위대법 및 미·일 방위지침을 개정해 집단 자위권 행사에 필요한 법적 기반을 정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
집단 자위권은 1945년 채택된 유엔헌장 51조에 따라 모든 나라에 부여되고 있는 권리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헌법 9조의 정신에 비춰볼 때 '헌법이 인정하는 필요 최소한도의 자위권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해석을 지금껏 유지해왔다. 일본 헌법 9조는 전력(戰力·군대) 보유와 교전권(交戰權)을 영구히 포기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을 통해 일본은 국제사회에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자민당 의원들로 구성된 내각에서 이 해석을 바꿔 집단 자위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이다.
일본 역대 정부는 만약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하려면 해석 변경이 아니라 정식 개헌(改憲)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금 일본 국회의 의석 분포나 국민 여론을 볼 때 개헌 시도는 불가능하다. 개헌 발의에만 중의원·참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지만 현재 참의원에서 자민당과 연립 공명당 의석을 합해도 절반을 살짝 넘는 수준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도 집단적 자위권에 반대하는 의견이 훨씬 많다. 국민투표에서 국민 과반(過半)의 찬성을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당초 개헌을 하려 했던 아베가 중도에 포기하고 '해석 개헌'이라는 어느 나라에도 없는 방식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헌법 조문이 담고 있는 정확한 뜻을 알고 싶다면 최고재판소(대법원)나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는 것이 민주국가의 상식이다.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헌법 해석을 변경할 수 있는 나라는 삼권분립(三權分立) 정신이 해체된 비정상 국가라 할 수 있다. 아베가 해석 개헌을 통해 일본 헌법 9조를 파괴한다면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민주주의 법치국가로 대우받지 못할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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