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오늘부터 시작돼 13일 동안 펼쳐진다. 전국 단위 선거로는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는 여드레 뒤인 30~31일 실시된다. 지방선거의 본막이 오른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로 복합적인 의미가 부여되었다. 앞으로 4년 동안 지방자치를 이끌 단체장과 의원을 선출하는 중요성은 말할 나위 없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선거라는 점에서 ‘평가’의 성격도 갖는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야기하고 사고 수습의 난맥을 초래한 정부의 무능, 정치의 실패를 심판하는 선거라는 의미가 추가된다. 유권자들의 투표 잣대에는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내보인 실력과 야당의 대안능력에 대한 비교표가 들어갈 것이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양상은 과거와는 판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 속에서 여야 정당이나 후보들 모두 조용한 선거를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유세차, 확성기, 로고송 등이 사라진 선거운동이 예고된다. 지나친 선거 분위기 위축은 정보 부족을 초래하고, 공약과 후보의 면면을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묻지마 투표’를 유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월호 선거’는 상호비방과 흑색선전 등의 구태를 차단하고 제대로 된 정책 경쟁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각 정당과 후보들은 선거운동 기간 지방정부를 이끌 비전과 공약을 갖고 페어플레이로 유권자의 심판을 받도록 경주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이 어떤 공약, 어느 후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살림과 복지, 안전, 교육이 달라진다. 1995년 지방자치 실시 이후 비리 혐의 등으로 중도 하차한 광역·기초단체장이 100여명에 달한다. 천문학적 부채로 파산 위기에 봉착한 지자체도 수두룩하다. 한 표를 행사하기에 앞서 후보의 자질과 공약을 꼼꼼히 따지고 검증해야 하는 이유이다.
선거를 통해 민의가 올바르게 발현될 때 민주주의와 책임정치가 제대로 작동한다.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정치의 실패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선거를 통한 참여가 필수적이다. 선거에서 책임을 묻는 것은 책임의 구조를 다시 짜는 길이기도 하다. 세월호를 침몰시킨 밑동에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공직자들의 무사안일과 부정부패가 자리하고 있다. 정치 무관심과 투표 포기는 결국 정치의 실패를,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있는 세력과 사람들을 승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눈을 부릅뜬 감시와 적극적 선거 참여로 ‘세월호 이후’로 가는 문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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