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집회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연행된 사람만 210여명에 이른다. 연행 과정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란 사명을 내팽개치고 ‘정권의 지팡이’로 나선 형국이다.
17~18일 서울 도심의 풍경은 1980년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을 연상케 했다. 17일 청계광장 집회 참가 시민 중 일부가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은 해산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110여명을 연행했다. 3차례 해산 방송은 불과 5분 사이 속사포식으로 이뤄졌다. ‘해산’ 대신 ‘검거’를 위한 명분쌓기가 목적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실제 현장 지휘 책임자는 “완전 검거”를 외쳤고, 경찰은 퇴로를 막는 ‘토끼몰이’식 체포작전을 폈다고 한다. 18일에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참가자 등 100명이 비슷한 방식으로 연행됐다.
대법원은 지난 3월 집회가 당초 신고된 내용과 일부 다르게 진행됐더라도 경찰이 무조건 해산을 명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미신고 집회라 해도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하지 않는 한 해산을 명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폭력을 행사하기는커녕 침묵시위를 한 시민에 대해, 신고된 행진 통로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연행한 것은 이 같은 판례들에 비춰볼 때 명백히 불법이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그럼에도 “우리는 (연행된 시민들을) 검찰에 송치할 것이다.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두고볼 일”이라고 말했다 한다. 대법원 판례조차 무시하는 오만방자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대통령은 눈물 흘리며 사과하는데, 경찰은 그 뒤편에서 ‘추모 민의’를 짓밟고 있다. 어느 쪽인가, 정권의 진짜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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