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새 총리 후보자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공직사회와 정부조직을 개혁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력히 추진해 국가개조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분”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인적 쇄신의 주요 대상으로 지목되어온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하지만 국정 난맥의 상징적 인물로 거론되어온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유임시켜 인적 쇄신의 의미를 반감시켰다.
박 대통령이 후임 총리에 안 전 대법관을 낙점한 것은 강도 높은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에 국정운영의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 지명자는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하면서 ‘국민 검사’라는 명성을 얻었다. 세월호 참사로 추락한 정부의 신뢰와 이반된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안 지명자가 갖고 있는 강직함과 소신, 청렴의 덕목이 필요했다고 보여진다. 박 대통령이 밝힌 대로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지면 국가안전처와 정부 인사·조직을 담당할 행정혁신처도 총리실 소속이 된다.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아 ‘책임총리제’ 공약을 마련한 안 지명자를 발탁했다. 유명무실해진 책임총리제가 시행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게 한다.
부정부패 척결과 공직사회 개혁만을 본다면 안 지명자가 적임자일 수 있다. 하지만 세월호 비극으로 상처를 입은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통합과 소통의 기준으로 보면 부족하다. 안 지명자는 정홍원 총리와 마찬가지로 법조인·영남·대선 캠프 출신이다.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은 그대로인 셈이다. ‘영남 대통령-영남 총리’의 구도가 반복되고, 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이 모두 검사·경남 출신인 조합은 탕평과 화합의 인사에 걸맞지 않다. 포용과 협치는 배제된 ‘검찰 통치’가 득세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경질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평가할 대목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도 불구하고 남 원장의 문책 요구를 외면해온 박 대통령이다. 세월호 참사로 맞은 국정위기를 인적 쇄신을 통해 돌파하려는 판단이 작용했을 터이다. 하지만 김기춘 비서실장을 유임시킴으로써 인적 쇄신은 결정적으로 빛이 바랬다.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는 김 실장은 불통과 독선의 국정운영의 상징적 인물이다. 김 실장이 청와대에 남아 있는 한 일방통행의 국정운영,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통치 기조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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