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의 한 원인은 여객선 안전에 대한 감시·감독이 엉터리였다는 점이다. 인천항 운항 관리자가 화물 과적과 고박(固縛) 상태를 철저히 점검하기만 했어도 세월호가 침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운항 관리자들은 화물 과다 적재 여부를 자기 사무실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할 정도로 운항 감독을 소홀히 했다. 그 운항 관리자들은 한국해운조합 소속이다. 해운조합은 해운사들 회비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운항 관리자가 까다롭게 여객선에 대해 시비를 걸면 그의 일자리가 온전할 수 없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여객선 감독 시스템은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기안(起案)했다. 해수부 공무원들은 자신들 업무를 해운조합에 위임해놓고는 그 조합에서 퇴직 후 일자리를 챙겼다. 역대 해운조합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출신이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세월호 수사에서 한국해운조합·한국선급 등 해수부 산하기관 관계자들이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감시 대상에게 감시를 맡기는' 말도 안 되는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그 단물을 빼먹은 해수부 공무원들의 책임을 물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감사원이 해수부의 '정책 실패'를 어느 정도 추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관료들이 만든 제도는 실무자에서 장관까지 이어지는 기다란 결재(決裁) 라인을 거치면서 책임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누가 만든 제도인지 알 수 없으니 책임 규명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정책 실패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낸 것은 내 책임'이라며 사표를 던지는 공무원도 없다.
2009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52개 중앙부처 공무원 26만명 가운데 직무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 성적이 불량해 면직·해임·파면으로 퇴출된 공무원은 연평균 20명에 불과했다. 2009년부터는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경우 근무 평가에서 2회 이상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적격 심사를 거쳐 직권면직이 가능한데도, 실제 이런 사유로 적격 심사를 받은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문제가 생겨도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넘어가곤 해왔다.
관료들의 명백한 실책에 대해선 책임 추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정책 결정의 각 단계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확히 기록으로 남기는 정책 실명제(實名制)가 시행돼야 한다. 그래야 국가에 기여를 한 성공한 정책의 담당자에 대해선 합당한 포상도 가능할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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