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9일 월요일

중앙_[사설] 관피아 척결, 현직 낙하산부터 잘라내고 시작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관료 마피아(이하 관피아)’ 척결 방안을 내놓으면서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폐쇄적인 조직문화’ ‘무사안일’ 그리고 ‘민관 유착’이다. 이런 문제들은 사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관행으로까지 침투한 고질적이고 뿌리 깊은 적폐(積弊)다. 이를 한꺼번에 해결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제2의 세월호를 막을 수 없다. 우리가 이번 세월호 참사로 배운 교훈도 바로 그것이다.

 대통령이 내놓은 대책은 관피아의 출·입구를 틀어막는 쪽에 집중돼 있다. 안전감독 업무 관련 유관단체 기관장이나 감사에 공무원을 배제하고,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을 더 강화해 관피아의 민간 쪽 출구를 좁혔으며, 5급 이상 개방형 직위에 민간인 공모 비율을 50%로 높여 관피아의 입구도 크게 제한했다. 언론과 야당의 주장도 받아들여 고위 공직자는 퇴직 후 10년간 취업기관과 직급을 공개토록 하는 ‘취업이력공시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런 대책들은 제대로 시행되기만 하면 관피아 근절에 효과를 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것도 부족하니 아예 낙하산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만큼 관피아의 적폐가 크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해관계가 얽힌 유관 기관·협회에는 낙하산을 전면 금지하는 보완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실천이다. 역대 정부마다 출범 때는 관료와의 전쟁을 선포했다가 후반엔 백기를 드는 일이 되풀이됐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 초 ‘낙하산 근절’을 약속했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현 정부 들어 공기업 기관장의 52%가 관료 출신으로 채워졌고 그중 직속 감독 부처 출신 낙하산 비중이 80%로 이명박 정부 때보다 되레 높았다. 말과 의지만으로 관피아 근절은 불가능하다. 당장 현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낙하산 관피아부터 본보기로 잘라내는 결연한 실천이 있어야 한다. 그런 각오 없이 관피아와의 전쟁은 백전백패다. 그게 세월호의 생때같은 목숨 300이 남긴 명령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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