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9일 목요일

조선_[사설] 長官·수석들도 크고 작은 흠, 검증서 걸러지긴 한 건가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총리·장관 지명자와 신임 청와대 수석들의 도덕성과 자질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과거 발언 때문에 사퇴를 요구받고 있다. 교수 출신인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제자 논문을 가로챘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정종섭 안행부 장관 후보자도 여러 논문 '자기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불법 정치자금 5억원 전달 전력이 문제 되고 있다. 정성근 문화부 장관 후보자는 방송사에서 일할 때 기자임을 내세워 음주 측정을 받지 않으려 하는 듯했던 동영상이 공개됐다. 김영한 민정수석도 검사 시절 술자리에서 한 기자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쳤던 사실이 밝혀졌다.

역대 정부에서 교수 출신 장관 후보자 가운데 여러 명이 논문 표절 시비로 낙마했다. 요즘은 논문 검색 시스템이 잘 돼 있어 표절 여부를 밝혀내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실제 이번 논문 표절 의혹도 언론이 하루 이틀 만에 찾아낸 것이다. 문화부 장관 후보자 등의 문제도 재판 기록, 방송 보도를 통해 오래전에 알려진 사실이다. 청와대 인사 검증팀이 이런 기초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면 아예 처음부터 검증할 의지가 없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알고도 그냥 넘겼다면 정권 출범 때 총리·장관급 후보자 10명이 중도 하차한 실패를 겪고서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는 얘기다.

장관들은 국회 임명 동의(同意)가 필요 없다. 국회에서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 장관 또는 장관급 7명이 자질과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명됐다. 청와대가 이번에도 이런 식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 도덕적 흠결을 알고도 그냥 넘겼다면 입법부의 인사청문권을 무력화하는 일이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고 국가 개조(改造) 같은 국정 과제를 힘 있게 밀고 나가기 위해 이번 개각을 단행했다고 했다. 그러나 잇따른 인사 잡음으로 2기 내각 출범이 미뤄지면서 국정 수행 동력(動力)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가장 왕성하게 일해야 할 집권 2년 차가 이렇게 허송되는 건 나라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론이 다시 번지고 있다. 여당에서까지 공개적으로 김 실장 인책(引責)을 주장하고 나섰다.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도 검증해봐야 한다. 지금의 시스템으로 제대로 할 수 없다면 국회와 협의해 별도 검증팀을 상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대통령은 '내 주변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는 인선(人選) 틀부터 깨야 한다. 청와대 인사 파일 속 인물은 대부분 공직자에 대한 도덕 기준과 잣대가 지금보다 한참 느슨했던 시절에 활동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 인사 때마다 드러났다. 이들은 공직을 맡기 위해 국회 인사청문대에 서게 되면 결정적 결함들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인재 채용 틀을 전문성을 갖춘 야권 인사까지 두루 넓힌다면 인사 실패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