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 평가사에 대해 이들이 평가 대상 기업들에서 일감을 받는 조건으로 신용등급을 높여 준 혐의를 잡고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제재 수위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국내 신용 평가사들이 기업들 입맛에 맞춰 신용등급을 올려 주는 '신용등급 장사'를 한 행위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 신용등급은 투자자들이 회사채·기업어음(CP)·주식에 투자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높으면 '안심하고 투자해도 좋다'는 뜻이고, 낮으면 '투자에 유의하라'는 경고이다. 5만명 가까운 피해자를 낳았던 동양그룹 사태 때 동양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한 달 전에야 신용 평가사들이 무더기로 동양그룹의 신용등급을 낮추었다. 그마저도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걸 보고 난 후 D등급으로 낮추는 바람에 많은 투자자가 원금조차 받을 수 없게 됐다. 2012년 9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은 신청 하루 전까지만 해도 A등급을 받고 있었다.
이번에 알고 보니 신용 평가사들은 신용 평가 업무를 수주하기 위해 대상 기업에 "좋은 등급을 줄 테니 신용 평가 업무를 맡겨 달라"고 영업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용등급 강등 계획이 있어도 기업이 부탁하면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로 신용등급을 낮추는 시기를 늦춰주기도 했다. 신용 평가를 담당하는 임직원은 신용 평가 업무를 수주하는 활동을 할 수 없지만 실제로는 평가 업무 담당자들이 기업 임직원에게 술·골프 접대를 하며 영업 활동을 한 사례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신용등급을 무분별하게 올려주다 보니 3대 신용 평가 회사에서 A등급 이상 받은 기업 비중은 2000년 27.2%에서 작년 77.4%로 크게 늘었다.
신용 평가사들이 일감을 받는 대가로 신용등급을 올려주는 행위는 대학이 시험 점수를 조작해 합격증을 발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감독 당국은 '신용등급 장사'가 드러난 회사는 문을 닫을 만큼 중벌(重罰)을 내려야 한다. 기업들이 일정 기간마다 신용 평가 회사를 교체하도록 의무화해 기업과 신용 평가 회사 간의 유착(癒着) 고리를 끊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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