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한국교원대 명예교수가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정부 내 교육 분야 5개 핵심 직책이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 출신들로 채워졌다. 김 후보자뿐 아니라 새로 선임된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유임된 김재춘 교육비서관, 교육부 산하 양대 국책 기관 책임자인 김성훈 교육과정평가원장과 백순근 교육개발원장도 서울대 교육학과 학부와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정부의 한 분야 핵심 포스트 5명 모두가 같은 학과 선후배 관계라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이런 학맥(學脈) 관계가 관련 기관 간 의사소통을 활발하게 해주는 장점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청와대는 교육부를, 교육부는 산하 기관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입장이다. 경우에 따라선 청와대와 교육부, 교육부와 산하 기관들 사이에 교육 현안을 놓고 견해가 부딪칠 수 있다. 이 경우 후배·제자가 선배·스승에게 반대 의견을 내놓는 걸 어려워할 수 있어 교육 분야의 새로운 정책 시도가 막혀버릴 수 있다.
1990년 이래 교육부 장관 24명 가운데 정원식·오병문·문용린·이돈희·이상주·김신일씨 등 6명이 서울대 교육학과 출신이다.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를 거쳐 교육부 관료로 일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같은 학과 출신 장차관과 후배·제자였던 교육부 공무원 사이에 음양으로 밀고 끌어주는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교육계에선 서울대 교육학과나 서울대 사범대 출신들끼리의 인적(人的) 네트워크를 '서울 사대 마피아'로 부르기도 한다.
교육 개혁을 바라는 학부모들 바람이 크다. 그러려면 때로 기존 교육 정책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혁신적 아이디어를 추진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한 학과 출신이 교육 요직을 모두 차지하고 있을 경우 스승·선배가 세운 교육 정책을 제자·후배가 과감히 개혁하자고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송광용 수석은 서울교대 교수이던 2004년 12월 지도하던 제자의 석사 논문을 줄여 고친 후 자신을 1저자로, 제자를 2저자로 해 교육 학술지에 발표했다. 서울교대 총장, 초등교육학회장, 교원교육학회장을 지낸 사람이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제자 논문에 '무임승차'한 것이다. 당시 학계의 관행이었다며 대충 넘어가려 할지 모르지만 논문 무임승차로 교육부 장관 후보에서 낙마한 사례도 있다. 이런 문제가 드러난 사람이 과연 대통령에게 교육 정책을 진언(進言)하는 최측근 참모로서 적합한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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