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의 거취를 놓고 청와대는 사실상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문 지명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민으로부터 이미 부적격 판정이 내려진 총리 지명자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맞서는 듯한 기괴한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정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무책임한 처사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문 지명자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요청안 국회 제출과 관련해 21일 귀국 후 재가 여부를 검토한다고 한다. 이미 여러번 연기한 임명동의안 제출을 다시 다음주로 늦추면서 ‘검토’라는 단서를 붙였다. 문 지명자의 왜곡된 역사관과 민족관에 대한 비판 여론이 폭발하고, 새누리당에서도 불가론이 비등해지자 ‘문창극 포기’ 수순을 밟는 걸로 보인다. 더욱이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해도 국회 인준 표결을 통과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인사청문회 강행’ 입장을 거둬들였다. 청와대와 여권의 움직임은 누가 봐도 문 지명자가 스스로 사퇴해달라는 메시지다. 뻔한 의도를 모를 리 없는 문 지명자는 그러나 “청문회 준비를 계속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문 지명자는 “내가 총리 하겠다고 나선 것도 아니고, 총리를 하라고 불러내 만신창이를 만들어 놓고 스스로 그만두라고 할 순 없는 일”이라는 심경을 토로한다고 한다. 자진 사퇴할 뜻이 없으니, 하려면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고 지명을 철회하라는 역공인 셈이다.
‘식물 상태’의 총리 지명자 진퇴를 두고 대통령과 지명자가 기싸움을 벌이는 막장 드라마가 펼쳐질 판이다. 총리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서 장관 내정자 7명의 청문요청서도 제출되지 못하는 등 국정의 표류도 가속되고 있다. 사달은 청와대가 총리 후보로 지명해 놓고 논란이 일자 임명동의안 제출을 유보하는 ‘꼼수’를 부린 데서 비롯된다. 시간을 끌며 국회와 여론의 눈치를 살펴 임명동의안 재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일이다. 임명동의안 제출도, 지명 철회도 하지 않으면서 문 지명자의 사퇴만 기다리는 건 지명권자인 대통령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책임회피에 다름 아니다. 문 지명자는 사퇴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검증의 부실이든, 시대착오적인 ‘인사 기준’ 때문이든 애초 잘못된 총리 지명이었음이 확인된 만큼 이제라도 깨끗이 인정하고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정도다. 그리고 부실 검증의 책임자를 문책하고, 최종적으론 지명권자인 대통령이 ‘인사 참극’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