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5일 일요일

조선_[사설] 정책 근본 변화 예고한 새 경제팀, 市場만 보고 가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규제와 관련해 "한여름에 입던 옷을 한겨울에도 입고 있는 격"이라고 했다. 최 후보자는 "지금은 부동산이 불티나게 팔리고 프리미엄이 붙던 한여름이 아니고 한겨울이다"며 "한여름이 다시 오면 옷을 바꿔 입으면 되는데 언제 올지 모르는 여름에 대비해 계속 (여름옷을) 입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LTV와 DTI는 부동산 시장의 마지막 규제로 불린다. 정부는 그동안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폐지를 비롯해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부분 풀면서도 LTV와 DTI만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완강한 입장을 보였다.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며 위험 수위에 이른 상황에서 주택금융 규제를 풀어 빚이 더 늘어나도록 하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LTV·DTI 규제 완화는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을 바꾼다는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한편에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대책을 내놓으며 다른 한편에선 은행 대출 문턱을 높여 주택 구입 수요를 억제하는 모순(矛盾)에 빠져 있었다. 부동산 시장이 투기 바람에 휩쓸리고 있을 때는 주택금융에 대한 규제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고 미분양 주택이 쌓이는 것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내놓더라도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LTV·DTI 규제 완화를 통해 정부가 시장을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일관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과감한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의 실패는 시장이 뻔히 내다보고 있는 모범답안 같은 정책, 갈등을 피해가기만 하는 소극적인 대책만 쏟아내 국민과 시장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한 탓이다. 새 경제팀은 내수(內需) 진작과 투자 활성화 같은 다른 정책 목표를 위해서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 요법으로 경기 흐름을 바꾸고, 국민에게 경제에 대한 자신감과 희망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최 후보자는 지금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좀 더 커야 할 청장년 경제인데 조로(早老)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저성장 늪에서 고만고만하게 가면 결국 가진 것 없는 늙은 경제 국가가 될 우려가 많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우리 경제가 조로 현상에서 벗어나 다시 활력을 되찾기 위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2016년부터는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하락할 위험이 크다. 여기다 2016년엔 총선이 예정돼 있고, 대통령 임기도 4년차에 접어들어 이래저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지고, 새로운 정책을 펴기도 힘들다. 최경환 경제팀은 앞으로 1~2년이 우리 경제가 회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구조 개혁과 혁신의 과감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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