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교원대 교수 시절인 2002년 6월 자기가 지도한 제자의 79쪽짜리 석사 논문을 24쪽으로 축약해 자신을 제1저자로, 제자는 제2저자로 해 학술지에 발표한 것이 드러났다.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2004년 12월 제자의 석사 논문을 줄여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자기 이름을 제1저자로 올린 것과 똑같은 유형이다.
김 후보자는 "제자와 함께 실험을 했고 제자를 키워주려고 부단히 노력해 작성한 논문"이라며 문제 안 된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김 후보자 해명대로라면 제자 논문을 자신이 대신 써줬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2006년 교육부총리에 임명된 김병준씨도 제자가 박사 논문을 작성하면서 한 설문조사를 활용해 논문을 발표했다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당시 김 전 부총리는 "제자가 내 논문의 가설 설정과 분석 방법을 원용한 것이고 내가 그걸 허락했다"고 해명했지만 취임 18일 만에 사퇴했다.
과거 국내 학계에 논문의 표절·이중 게재·무임승차를 까다롭게 따지지 않는 풍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잣대가 세월이 흐르면서 엄격하게 바뀌었을 경우 새로운 기준을 들이대 평가하는 것에 대해 본인들은 억울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비의 당사자가 교육 행정을 책임진 사람들이라면 문제가 전혀 다르다. 교육부는 각 대학·연구소의 사업단이 제출한 연구 프로젝트를 심사해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연간 1조6000억원의 막대한 연구비를 배분하고 있다. 이때 주요 심사 기준의 하나가 교수·연구진의 논문 발표 실적이다. 교육부 장관과 교육수석부터 자기들의 논문 표절·무임승차가 문제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앞으로 대학교수와 연구소 박사들이 다른 사람 연구 실적을 자기 업적인 것처럼 포장해 '자격을 갖췄으니 연구비를 달라'고 할 경우 거절할 명분이 없게 된다.
교육부는 연구비 지원 사업의 연구 부정(不正)을 막는다는 취지로 교육부 훈령(訓令)으로 '연구 윤리 지침'을 작성해놓고 있다. 그 지침은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 내용·결과를 적절한 인용 없이 사용하는 경우 표절로 규정해 사업비를 환수하고 소속 기관에 해당 연구자의 징계를 요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논문이 교육부 지침에 비춰 과연 문제가 없는 것인지 따져보고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교육부 지침을 어기는 사람이 교육부 장관이 된다면 문제의 지침은 장관 때문에 있으나 마나 하게 무력화(無力化)되는 거나 마찬가지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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