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8일 수요일

경향_[사설]‘논문 표절’ 교육장관·교육수석 가당치도 않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가 지도하던 제자의 논문을 줄여 고친 뒤 자신의 연구결과인 것처럼 학술지에 발표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내정자가 2002년 6월 한국교원대 학술지 ‘교수논총’에 게재한 <자율적 학급경영방침 설정이 아동의 학습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같은 해 한국교원대에서 김 내정자의 지도로 석사학위를 받은 제자 정모씨의 논문을 거의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논문에는 김 내정자가 제1저자, 제자 정씨가 제2저자로 등재돼 있다. 그는 “석사학위 논문을 살려주기 위한 것”으로 ‘관행’이라고 강변하지만, 지도교수라는 갑의 지위로 제자의 논문을 가로챈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김 내정자가 논문 표절을 저질렀을 때는 이미 2000년 송자 교육부 장관이 논문 표절 등으로 낙마하면서 논문 표절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상황이다. ‘학계의 관행’ 운운하는 해명이 턱없는 이유이다. 더구나 김 내정자는 논문 표절 여부를 검증하는 한국교육학회장을 지냈다. 이것만으로도 논문 표절을 막아야 하고 교육 윤리를 책임질 교육부 수장으로서는 자격이 없다.

송광용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역시 제자의 논문에 자신을 제1저자로 해 교육학술지에 발표했다. 송 수석이 2004년 12월 ‘교육행정학연구’에 발표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교육부와 전교조의 갈등 상황 분석>은 같은 해 8월 송 수석의 지도로 석사학위를 받은 제자의 논문을 그대로 옮겨 쓴 것이다. 송 수석도 ‘당시의 관행’ 운운하지만, 지도교수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자의 논문을 가로챈 파렴치한 행위이다.

논문 표절은 ‘학문적 사기’ ‘지식 절도’ 행위이다. 고위공직 후보자의 논문 표절이 입증됐음에도 번번이 아무 일 아닌 듯 임명되는 전례가 반복되니, ‘표절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다. 현재 여권은 야당 시절인 2006년 김병준 교육부총리를 ‘자기 논문 표절’ 문제로 낙마시켰다. 그때의 기준을 대입해도 김 내정자와 송 수석은 자격 미달이다.

교육 정책을 책임지는 교육부 장관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똑같은 방식의 논문 표절에 걸렸다는 건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심각하게 고장 났음을 웅변한다. 기초적인 논문 표절 검색 프로그램만 적용했어도 적발되었을 사안이어서 청와대가 사전에 몰랐을 리 없다. 결국은 명백한 범죄인 논문 표절을 별 하자가 아닌 걸로 간주한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도 모자라는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댄 셈이다. 교육 정책을 책임지는 양대 수장이 논문 표절자라면, 어떻게 대학의 연구윤리를 지도·감독하고 교육 개혁을 추동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 물러나든, 아니면 인사권자가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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