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5일 일요일

경향_[사설]문창극 지명 철회 대신 ‘코드 개각’ 택한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에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을 내정하는 등 각료 7명을 교체했다. 반역사적 망언으로 비판받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의 인준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새누리당 중진들도 일제히 문 지명자 엄호에 나섰다고 한다. 집권세력이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는 대신 거듭 무리수를 두는 형국이다. 이 모든 일이 문 지명자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박 대통령의 오기에서 비롯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정홍원 총리가 문 총리 내정자와 협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제청해 (개각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오래전 사표 낸 총리가, 인사청문 절차도 거치지 않은 후임 지명자와 장관 인사를 논의했다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일국의 국무위원 인선을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건가. 그렇다고 개각 내용에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에 이어 내각 개편에서도 친박근혜계를 중용해 친정 체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최경환 내정자는 박 대통령의 ‘경제 교사’이자 대선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이며,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대선캠프 공보위원을 지냈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도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인사는 김명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다. 교육부 장관은 노동·복지·여성 등 사회 분야를 총괄하는 사회부총리도 겸임하게 된다. 그러나 김 내정자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옹호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에다 교육 외 다른 분야의 경험도 없다. 사회부총리 적임자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유일한 여성 각료가 될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도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다. 선주협회 지원으로 해외시찰을 다녀온 이력이 논란이 돼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위원직을 사퇴했는데도 장관으로 영전했다. 이번 개각은 전형적 ‘코드 인사’일 뿐 탕평이나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박 대통령은 “인사 폭이 넓어졌거나 소통을 위해 깊이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야당 비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박 대통령의 독주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여당에서까지 경질을 요구했던 김기춘 비서실장을 유임시킨 것이 상징적 장면이다. 새누리당이 선방한 데 자족하고 주권자의 경고는 외면한 결과로 본다. ‘부적격 총리’의 지명을 철회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일 터이다. 그러나 선거 성적표로 불통과 독선의 국정운영이 용인받은 것으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지난 12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5.6%가 문 지명자 사퇴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조차 사퇴 찬성이 많았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이성과 상식은 이런 것이다. 박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총리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이미 많은 국민이 ‘문창극 망언’으로 고통받은 터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