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5일 일요일

경향_[사설]세월호 참사 두 달, 피해자 가족들 볼 낯이 없다

4월16일. 세월호가 가라앉은 그날로부터 두 달이 흘렀다. 시민들은 이 시기쯤이면 사고의 진상이 어느 정도 규명될 것이라 생각했을 터이다. 결과는 어떠한가.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계속된 까닭, 단 한 사람의 실종자도 구하지 못한 이유, ‘학생 전원 구조’ 오보의 진원지 등 어떤 의문점도 해소된 게 없다. 오죽하면 희생·실종자 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겠다며 거리로 나섰겠는가. 가족들은 해상교통관제센터 교신내용과 해경이 촬영한 동영상에 대한 증거보전 절차도 직접 밟고 있다. 국가의 조력을 받아도 모자랄 피해자들이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하는 형국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재발 방지를 강조하며 국가안전처 신설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사고의 원인도 모른 채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 수 있나. 애초부터 출구전략에 초점을 맞춰온 정부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본다. 국회가 적극 나서 진상을 밝혀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국정조사특위를 제 궤도에 올려놓는 일이 시급하다. 여야는 기관보고 일정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중단하고 조속히 합의를 도출하기 바란다. 충분한 사전조사 기간은 보장하되, 일정이 지나치게 늦춰지지 않도록 절충하면 되지 않겠는가. 이미 기다림에 지친 피해자 가족들에게 또다시 ‘기다리라’는 말을 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국정조사의 내용을 어떻게 채울지도 중요하다. 6월 임시국회에선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열린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그 불씨가 튀어 국정조사 파행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는 어떠한 정파적 고려나 셈법 없이 진행돼야 함을 당부한다.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의 유경근 대변인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공무원까지 다들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사안이 생길 때마다 가로막힌다”고 토로했다. 곱씹을수록 부끄럽고 미안한 얘기다. 국회는 이제라도 가족들의 비통한 심정을 헤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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