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6일 월요일

경향_[사설]청와대 비서실장이 “과하게 간섭하고 지시하는” 여당

새누리당 7·4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 주자들이 너나없이 건강한 당·청 관계, 수평적 당·청 관계를 주창하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의 취임 일성도 “건강한 당·정·청 간 긴장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청 관계의 정립 요구가 강렬한 것은 그만큼 지금까지 당·청 관계가 비정상적이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민심과 여론의 통로 역할은 물론 청와대와 행정부의 폭주와 일탈을 견제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방탄벽 노릇만 자처하고, 청와대의 하명 사항을 집행하면서 대통령 옹위에만 골몰했다. 청와대와 정부, 국정원에 질질 끌려다니며 그들이 저질러 놓은 일의 뒤치다꺼리에 허덕인 게 새누리당의 형편이다. 세월호 참사 대처에서 보여준 집권여당의 무기력은 필연적이다. 그러니 ‘박근혜 마케팅’ 없이는 선거조차 치를 수 없게 된 것이다. 오죽하면 당내에서 ‘마마보이 정당’이라는 힐난이 나올까 싶다.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무성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목, “당에 과하게 간섭하고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당과 청와대 관계를 너무 수직적인 관계로 만든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지시가 이른바 ‘종박’ 지도부에 의해 당론으로 채택되고 여당 의원을 거수기 삼아 일방으로 추진되는 행태의 속살을 까발린 것이다. 입법도, 공천도, 하물며 당직 인사도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지는 집권여당에게서 본연의 역할을 기대하고, 건강한 당·청 관계를 주문하는 것 자체가 연목구어였던 셈이다.

새누리당은 일제 식민 지배와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반역사적 인식이 드러나 사퇴 여론이 비등한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를 적극 감싸기 시작했다. 당초 “본인에게 해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원칙론을 펴던 당 지도부는 청와대와의 ‘교감’이 이뤄지고 난 뒤 전면적 옹호 자세로 표변했다. 사퇴론을 제기하는 비주류·소장파 의원들에 대한 설득과 입막음도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의 ‘문창극 총리’ 밀어붙이기 방침에 따라 충실한 돌격대 노릇을 자임하고 나선 꼴이다. 국민의 3명 중 2명꼴로 문 지명자의 사퇴를 지지하고 있다. 집권여당의 ‘여론 나침반’ 기능이 고장 나면, 민심으로부터 청와대의 고립은 심화되고 불통과 독선의 국정은 가속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당에 간섭하고 지시하는” 김 비서실장을 유임시켰을 때 이미 건강한 당·청 관계는 물 건너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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