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5일 일요일

경향_[사설]누더기 된 임대소득 과세 원상복구시켜야

정부가 전·월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을 또 번복했다. 당정이 어제 발표한 주택임대차 시장 보완책은 주택 수에 관계없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과세유예 기한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게 주된 골자다. 결국 세금을 깎아줄 테니 부동산에 계속 투자하라는 얘기다. 툭하면 세금으로 부동산 시장을 띄우겠다는 졸속 대책 탓에 전·월세 대책은 누더기가 됐다. 조세정의는 고사하고 국민 세금이 걸린 세법을 이렇게 흔들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책은 납세자들의 저항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지금은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의 2주택자만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이를 3주택자 이상으로 확대하고 과세 시기도 2016년에서 1년 연장하는 게 핵심이다. 소득세는 액수에 따라 최고 38%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분리과세는 14%의 단일세율로 돼 있어 세제상의 혜택이 따른다. 임대소득에 세금을 매기기로 한 뒤 다주택자들이 반발하는 데다 부동산 시장이 움츠러들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임대소득 과세는 졸속 대책의 전형이다. 정부는 지난 2월 과세 방침을 발표한 뒤 납세자들이 반발하자 1주일 만에 분리과세로 돌아선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진이 계속되자 또 시장 압력에 굴복한 꼴이 됐다. 과세 방침을 발표할 당시 정부가 밝힌 “수입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의 원칙은 실종된 지 오래다. 더구나 과세 시기를 2017년으로 연기한 것은 사실상 백지화하겠다는 뜻이나 다를 게 없다. 대선과 총선을 앞둔 예민한 시기에 정부와 정치권이 납세자들의 조세저항에 버틸 수 있겠는가.

임대소득 분리과세는 일반 소득자와의 형평성은 물론 건강보험료 징수와 맞물린 복잡한 사안이다. 연 소득 2000만원 이하인 영세사업자는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데 비해 불로소득이나 다름없는 임대소득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조세정의나 형평성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무엇보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땜질 대책을 쏟아내는 정부의 무능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무작정 세금에 기댄 채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겠다는 발상은 세법에 대한 국민 불신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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