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9일 목요일

경향_[사설]국제기준에 역행한 전교조 법외노조화 판결

서울행정법원이 어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전교조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 및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상급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번 판결로 6만여 조합원과 14년 역사를 가진 전교조의 법적 지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됐다. 앞으로 벌어질 학교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공방의 핵심은 해직된 교사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 규약을 근거로 전교조의 노조 지위를 박탈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노동부가 근거로 삼은 법령은 현직 교원만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교원노조법 제2조와 규약 시정명령을 받은 후 정해진 기간에 응하지 않으면 법외노조 통보를 하도록 한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었다. 재판부는 “노동부 처분의 근거인 교원노조법 2조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고,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도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았다”며 노동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해직자에게 노조원이 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이들 법령은 국제기준에 명백히 배치되는 것으로서 그동안 국제노동기구(ILO)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시정 권고를 받은 바 있다. 교사의 노조 활동 자유 보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의 전제조건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를 정당화한 판결은 결과적으로 국제노동기준 측면에서 크게 퇴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번 판결이 교육계에 미칠 파장이다. 당장 교육부가 노조 전임자 휴직 허가 취소, 사무실 퇴거, 단체교섭 중지 등 후속 조치에 나서면서 전교조 및 각 시·도 교육청과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판결에 앞서 13개 시·도 진보교육감 당선자들은 전교조 법외노조화 반대, 보수 성향의 교육단체들은 전교조 법외노조화 촉구 탄원서를 각각 법원에 제출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보·혁 갈등도 불 보듯 뻔하다. 학교 현장과 교육계가 세월호 사태와 지난 선거를 통해 표출된 교육혁신의 요구에 역행하는 수렁으로 빠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교육 현장을 파탄시켜서는 안된다. 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철회하는 게 옳다고 본다. 법적으로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9명의 조합원 자격 때문에 6만명 조합원 조직에 사형선고를 내린 것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은 국제적 망신살을 사고 있는 교원노조법 2조 등 노동인권 관련 독소조항 개정에 나서야 한다. 이미 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조속한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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