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이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에서 해군 최정예 잠수요원의 현장 투입을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군은 세월호 침몰 다음날인 지난달 17일 오전 7시1분쯤 물살이 가장 느린 정조시간에 특수전전단(UDT)과 해난구조대(SSU) 대원 19명을 사고 해상에 대기시키고도 투입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해경이 민간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의 우선 잠수를 위해 현장 접근을 통제했고 군이 상호 간섭 배제를 위해 해경의 통제를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촌각을 다투어 구조에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판국에 해경과 해군이 관할권 문제로 대치한 꼴이다. 실로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더 많은 탑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해경이 실종자 구조작업에서도 마찬가지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사는 데는 그럴 만한 정황이 많다. 구조작업과 관련한 잡음은 청해진해운이 언딘을 세월호 구난업체로 선정하면서부터 끊이지 않았다. 구조작업 초기 해경은 민간 잠수사와 심심찮게 갈등을 표출했고 심지어 민간 잠수사의 첫 실종자 시신 수습을 언딘이 한 것으로 발표하는 등 의혹의 빌미를 제공했다. 언딘은 해경이 2010년 4월 천안함 수색에 참여했다가 침몰한 금양98호의 선내 수색업체로 선정한 바도 있다.
세월호 수색 현장에서 수그러들지 않는 ‘해경-언딘 유착설’은 차후에 철저히 규명돼야 하겠지만 문제는 그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경과 해군은 실종자 구조에는 대립과 혼선을 보였으면서도 위기 모면에는 공조를 과시하는 모습이다. 해경은 구조 현장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지 언딘을 위해 해군 잠수요원의 입수를 막은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국방부도 파문이 일자 어제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가 ‘잘못 작성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해경이 잠수 효율성을 위해서 잠수사들의 경험, 체력, 조류 세기 등 현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지 일부 민간 잠수사를 위해 해군 잠수요원들의 잠수를 막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렇게 구조작업에는 엇박자를 내고 조직 보호에는 한목소리를 내는 해경과 군을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를 통해 최정예 해난구조 시스템과 조직의 무능을 확인한 것만도 가슴 아픈 일인데 그나마 남은 신뢰마저 완전히 저버리도록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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