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시 구명조끼마저 양보한 채 동료를 구하려다 숨진 단원고 정차웅군(17) 유족들이 장례마저 조촐하게 치른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숙연케 했다. 유족들은 “한푼의 국민 세금도 헛되이 쓸 수 없다”며 값싼 장례용품만 고집했다고 한다. 정군의 희생정신을 욕되지 않게 하려는 유족들의 마음 앞에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인터넷에서는 정군의 의사자 지정을 촉구하는 청원운동이 한창이다. 정군뿐 아니라 세월호 침몰사고 와중에 살신성인한 승무원과 단원고 교사·학생들의 정신을 기리자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한결같이 가슴 아프고 눈물겨운 사연이다. 승무원 박지영씨는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건네주며 “선원은 맨 마지막이다. 너의 친구들을 다 구해주고 난 나중에 나갈게”라며 마지막까지 안내방송을 하다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결혼을 앞둔 승무원 정현선·김기웅씨 커플도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들은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침몰 중인 세월호로 다시 들어갔다가 한꺼번에 변을 당했다. 사고 사실을 처음 신고한 단원고 최덕하군도 승객 174명의 목숨을 구하는 데 일조했지만 정작 본인은 침몰하는 세월호와 운명을 함께했다. 이들 외에 단원고 교사 남윤철·최혜정씨의 눈물겨운 구조 사연도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인터넷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들의 의사자 청원운동에는 1주일여 만에 수만명이 동참했다. 지자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천시는 예비 커플인 정·김씨의 의사자 지정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시흥시는 박씨의 의사자 지정을 추진 중이다. 안산시도 승객 구출에 앞장섰다 희생된 단원고 교사·학생들의 의사자 신청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의사자 제도는 본인의 직무 외 행위로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려다 숨진 사람이나 유족을 지원하는 제도다. 법에 따라 유족에게 보상금 및 의료·취업상의 혜택과 함께 국립묘지 안장·이관이 가능하다.
큰 사고 때마다 거론되는 영웅주의는 분명 경계의 대상이다. 더구나 수많은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의 피 끓는 심정을 생각하면 섣부른 감도 없지 않다. 또 한사람의 승객이라도 더 구하려다 변을 당한 희생자들이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이들의 의사자 청원운동을 의미 있게 여기는 이유는 이번 사고의 참상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탐욕에 사로잡힌 기성세대와 정부의 무능함을 일깨우는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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