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일 목요일

조선_[사설] 無能한 청와대가 불러온 '대통령 사과 논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 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 데 대해… 죄송스럽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는 "몇몇 국무위원 앞에서 비공개로 하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며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야당은 "대통령의 진심이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인터넷과 SNS에서도 대통령 사과 시기와 방식을 문제 삼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사과가 희생자·실종자 가족과 국민을 위무(慰撫)하고 진정시키기보다는 또 다른 정치적·사회적 갈등 요인이 된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의 사과만 논란을 빚은 게 아니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수습의 중심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다른 일선 정부 부처 못지않게 우왕좌왕했고 아랫사람들에게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줬다. 국가 위기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안보실장은 언론이 청와대의 부실 대응을 지적하자 "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고 했다. 그 스스로 지난해 4월 국회에서 "(안보실이) 안보·재난 위기 징후에 대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했다"며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까먹은 모양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엊그제 희생자 가족들의 '대통령 사과 불인정' 발표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했다. 생때같은 자식들을 잃고 비탄에 빠져 있는 유가족들에게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누구보다 '말'의 무게를 무겁게 알아야 할 대통령의 대변인으로서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사고 현장과 합동분향소를 찾았을 때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이 대통령을 붙잡고 직접 호소한 것은 청와대 참모들이 그만큼 평소 민심 수렴 또는 대(對)국민 소통 창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참모들의 보좌를 받는 대통령이 지금 민심을 정확히 읽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 사과 논란이 벌어진 것도 청와대의 무능 때문이라고 해도 달리 할 말이 없게 됐다.

야당의 태도 역시 당당하지 않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대표는 대통령이 사과한 직후에는 "(대통령 사과가) 국민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래놓고선 불과 하루 만에 "대통령 사과는 국민과 유가족들에게 분노를 더하고 말았다"고 안색을 바꿨다. 희생자 유가족은 물론 야당에 우호적인 시민 세력과 네티즌들이 대통령을 향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높이자 그것에 올라타 말을 바꾼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야당은 '대통령 하야' 같은 주장이 나오고 대통령을 원색 비난하는 말들에 동의하고 공감하기라도 하고 있다는 것인가.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기 본래 모습이 드러나게 돼 있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 모두 지금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에 어떻게 비칠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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