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7일 일요일

조선_[사설] '국면 전환용 改閣'만으론 국민 마음 얻지 못할 것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가 침몰한 지 열이틀째 되는 27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사고 대처 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무능에 대해 사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 총리의 사의(辭意)를 받아들였지만 사표 수리는 세월호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된 이후에 하게 될 것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인재(人災)가 분명한 사건·사고가 터지면 역대 정권들은 으레 '민심 수습용'이란 구실을 붙여 개각 카드를 꺼내들곤 했다. 그러나 대형 사고가 났다고 해서 총리나 장관을 바꿔 국면(局面)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역대 정권들은 이런 개각을 통해 국민의 분노를 덮으려고 해 왔다. 그러면서 정작 대형 사고를 불러온 한국 사회의 고질(痼疾)들은 개각에 휩쓸려 곧 잊히곤 했다. 그 결과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에서 세월호 사태와 같은 참극(慘劇)이 되풀이되고 있다.

세월호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공무원들의 일탈(逸脫)을 생생히 목격했다. 사고 초기 대응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제 힘으로 빠져나온 사람들 외에는 단 한 사람의 생명도 더 구해내지 못했다. 일부 고위 공직자들은 서로 싸우고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국민이 충격을 받은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총리의 사의 표명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을 비롯, 내각 전체가 석고대죄를 해도 분이 안 풀릴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개각 자체가 아니다. 기왕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미봉책이 아니라 전면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 관련 부처는 물론 경제팀과 외교·안보·정보 분야 부처들에 대한 그동안의 불신(不信)과 무능도 함께 털어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개각 카드를 꺼내들겠다고 작심했다면 민심의 물길을 일시적으로 바꿔 상황을 모면하려는 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개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장·차관급 인사를 통해 국민에게 참신한 감동을 준 적이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 방식도 근본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정부는 '책임 총리' '책임 장관제'를 내걸고 출범했지만, 지난 1년 2개월여 나타난 국정 운영 스타일은 정반대였다. 각 부처와 관료 조직은 오직 대통령 입과 청와대 지시만 쳐다보면서 위에서 내려온 지침을 복창하며 따랐을 뿐이다. 앞으로는 대통령 1인 독주(獨走)가 아니라 총리와 장관들이 각자 권한과 책임에 따라 유기적으로 일하는 정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 국민은 과연 대한민국이 나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나라인가를 묻고 있다. 이 나라가 과연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안전한 국가인가도 묻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 마음속에서 불안하게 자라나고 있는 근원적인 의문에 답변을 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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