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청해진해운이 세월호와 함께 인천~제주 항로에 운항하던 여객선 오하마나호를 점검한 결과 구명벌(救命筏) 40개는 발로 몇 번을 걷어차고 망치로 두들겨도 바닷물에 투하되지 않았다. 승객들이 배에서 바다로 탈출하는 데 쓰는 미끄럼틀(안전 수트)도 작동하지 않았다. 구명벌과 안전 수트는 배가 바닷물에 수심 4~5m 정도 잠기면 수압에 의해 저절로 안전장치가 풀려 펼쳐져야 한다.
청해진해운은 오하마나호도 세월호처럼 구조를 변경했다. 1989년 일본에서 건조된 배를 2003년 사온 뒤 승객 정원을 695명에서 937명으로, 컨테이너 화물 적재량은 109개에서 180개로 크게 늘렸다. 오하마나호 화물 고정 장치는 아예 없거나 있어도 밧줄을 걸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식된 상태였다. 펴지지 않는 구명벌, 엉터리 화물 고정 설비, 무리한 여객선 증축 등 오하마나호와 세월호는 모든 게 똑같았다. 청해진해운이 평소 돈벌이만 노리고 승객 목숨이 걸린 일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청해진해운은 지난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직후 인천~제주 항로에 오하마나호를 계속 운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여론의 비판이 거세져서야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물러섰다.
해양수산부와 해경은 작년 7월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여객선 안전 점검을 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12척 점검을 2시간 40분 만에 마치고선 '특이점 없음'이라고 결론 냈다. 척당 평균 13분에 뚝딱 조사하고 아무 문제 없다고 한 것이다. 어떤 곳에선 점검 대상 22척 가운데 2척만 조사하고 끝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나자 22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연안 여객선 173척 전체의 안전을 긴급 점검하겠다고 다시 법석을 떨고 나섰다. 공무원들의 이런 면피용 행정이 제2, 제3의 세월호·오하마나호를 만들어내는 공범(共犯)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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