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30일 수요일

경향_[사설]세월호 유족들에게 “유감”이라는 청와대 대변인

유감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사과’를 희생자 유족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데 대해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했다. “유감”이라니, 대통령이 사과를 했으면 군말 없이 수용할 것이지 웬 말이 많으냐고 타박한 꼴이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차마 못할 망발이다. 유족들이 왜 대통령의 사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지 생각해 봤는가. 영 사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족들은“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없었다”며 “5000만명의 국민이 있는데 박 대통령은 몇몇 국무위원만이 국민인가. 비공개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설령 진심을 담았다 하더라도 사과를 받는 유족과 국민들이 그 진심을 못 느끼고 부족하다 한다면 열번, 백번이라도 다시 사과할 일이다. 박 대통령이 ‘부실 사과’를 해놓고, 유족들이 이를 거부하자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 대거리를 해대고 있으니 기막힐 노릇이다. ‘그 대통령에 그 대변인’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민 대변인은 파문이 일자 “유감은 순전히 개인적인 말이지 청와대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순전히 개인적 말이라면 일기장에나 적을 일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이다. 국민은 대통령의 뜻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듣는다. 그래서 “유감스럽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하는 걸로 읽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사과가 밑동부터 진정성을 의심받는 까닭을 알 만하다. 청와대 대변인의 부박한 언행은 한두번이 아니다. 민 대변인은 지난 22일 ‘대통령 사과’ 여론에 “상황이 계속되는데 사과를 한다면 매분, 매초에 하느냐”고 되레 따졌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모인 곳에서 컵라면을 먹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 대해선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라고 두둔했다.

금쪽같은 아이들을 잃고 단장의 아픔을 겪고 있는 유족과 국민의 고통을 헤아리는 사려와 최소한의 공감을 지니고 있다면 못할 말이다. 오로지 대통령의 심기만을 우선하다 보니 유족들에조차 “유감” 운운했을 터이다. 박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달래지기는커녕 더욱 커지는 상황을 청와대만 외면하고 있다. 전국의 합동분향소에 이어지는 추모의 물결에 담긴 민심에 귀를 닫고 있다. “실천과 실행이 없는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라는 유족들의 간절한 외침에 응답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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