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9일 화요일

경향_[사설]해경 도착 40분 뒤의 구조요청은 뭘 말하는가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의 늑장구조에 대한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가 본격화됐다. 사정이 다급해지자 해경은 사고 초기 구조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정작 동영상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해경 구조대는 ‘지각 출동’에다 허술한 초기 대응으로 귀중한 ‘골든타임’(구조작업에 필요한 최소시간)을 허비했다.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한 지 40분 뒤에도 단원고 학생이 가라앉는 배 안에서 카카오톡으로 애타는 구조요청 메시지를 보낸 것은 뭘 말하는가. 해경은 이런데도 “최선을 다했다”고 우길 텐가.

동영상에 나타난 해경의 초기 대응은 실망 그 자체다. 사고 초기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경비정 1대와 구조헬기 2대가 고작이다. 세월호에 480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중과부적이다. 더구나 정예 구조인력인 ‘112 구조대’가 도착한 것은 배가 침몰한 뒤였다. 차와 배를 갈아타고 오느라 2시간20분을 허비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구조대가 선장과 선원을 모두 구조하면서 선실에 갇힌 승객을 방치한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구조대원 중 한명이라도 선실에 들어가 구명조끼를 입은 승객들을 대피시켰다면 희생자가 이처럼 늘어났을까 싶다.

해경의 미심쩍은 행동도 의혹을 키우는 요인이다. 해경은 진도 해상관제센터와 세월호의 교신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버티다 사고 나흘 만에 공개했다.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여론이 들끓던 시기였다. 또 합수부가 목포 해경 상황실을 압수수색하자 느닷없이 구조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어 해경 구조팀의 언론 인터뷰를 주선하며 들끓는 여론 무마에 주력했다. 혹여 이 같은 움직임이 ‘물타기용’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꼼수로 잘못을 덮기엔 사안이 너무 위중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해경은 최정예 요원과 첨단 구조장비를 갖춘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다. 하루 수천척의 선박이 연근해를 맘 놓고 활보하는 것도 해경을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해경의 재난구조시스템에 중대한 오점을 남겼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해경의 직무유기를 문제 삼아 적당히 징계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을 규명하고 구조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오죽했으면 세월호 유족이 어제 합동분향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은 채 “자기 목숨 부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해경 관계자를 엄중 문책해달라”고 하소연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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