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8일 월요일

경향_[사설]분노와 안타까움 교차하는 2개의 세월호 동영상

북받치는 눈물과 치미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아이들의 천진함과 의연함에 가슴이 미어지고 어른들의 비겁함과 어리석음에 가슴이 터지는 듯하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 배 안과 밖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어제 해경이 공개한 초기 구조 동영상과 그제 JTBC가 보도한 단원고 학생의 휴대폰 동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참으로 안타깝고, 정말 미안하고, 그래서 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해경이 찍은 동영상에는 승객을 버리고 탈출하는 승무원과 이들부터 구조하기에 급급한 해경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승무원들은 코앞에 있는 구명벌도 작동하지 않고 가장 먼저 도착한 구조정에 황급히 올라탔다. 이들은 운항 중 반드시 입어야 하는 제복 대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고 더욱이 선장은 팬티 차림이었다. 승객들이 바다로 뛰어드는 상황에서 승무원부터 먼저 구조한 데 대해 해경은 긴박한 상황에서 제복을 입지 않아 승무원인 줄 몰랐다고 한다. 세월호와 직접 교신은 물론 진도VTS와 세월호 간의 교신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구조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세월호 바깥 상황과 달리 배 안은 눈물겨운 모습이었다. 침몰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박수현군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동영상에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천진난만하면서도 의젓한 학생들의 모습과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학생들은 “이거 뉴스에 뜨는 거 아니야?” “진짜 타이타닉이 된 거 같아”라는 등 심각한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대화를 나눴다. “현재의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에 “예”라고 대답하는 장면도 동영상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은 배가 기우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서로를 격려하고, “선생님도 지금 카톡을 안 보고 있어”라며 스승의 안위를 생각하는가 하면, “내 것 입어”라며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하는 장면도 있었다. 위기를 느끼고서는 “이번 일로 죽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박군이 찍은 동영상은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8시52분27초부터 9시9분22초까지, 해경이 찍은 동영상은 9시28분58초부터 11시17분59초까지의 상황을 각각 담고 있다. 해경 동영상에 담긴 승무원 탈출 시작 시간은 9시35분경이다. 승무원들이 선실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갑판으로 나와 구조되는 동안 아무 구호조치를 하지 못한 것에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을 노릇이지만 배 안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해경의 초동 대처도 그에 못지않은 허점과 아쉬움투성이임을 동영상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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