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30일 수요일

조선_[사설] 대통령·與野, 이번만은 정파 떠나 '국민 安全' 머리 맞대야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과거로부터 쌓여온 잘못된 적폐(積弊)를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 한스럽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 사회에나 해묵은 폐단은 있게 마련이고 시간이 흐르면 모르는 사이에 적폐가 사회의 안전과 공공성(公共性)을 위협하게 된다. 이번 세월호 대참사를 지켜보면서도 우리 사회의 폐단이 이렇게 넓고 깊은 것인지를 매일매일 확인하고 있다. 돈 빼먹기에 혈안이 된 기업 소유자, 화물을 허용 기준 이상으로 실어 돈 벌기에 바쁜 경영인, 퇴직한 해수부 사람들이 장악해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는 검사기관 등 비리와 폐단의 종합전시장이나 다름없다. 이런 것들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적폐 청산' 주장은 1994~95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큰 사고가 나거나 재앙이 닥칠 때마다 나왔다. 입찰 부정, 부실 시공 및 감리 부실 등이 당시 지적됐던 폐단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혔고 폐단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건 때도 승선 정원 초과가 원인이었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사람에서 화물로 바뀌었을 뿐 똑같다. 그만큼 폐단이 구조적으로 뿌리내리고 있어 바로잡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만악(萬惡)의 근원'인 양 거론되는 '관(官)피아' 문제 역시 수십 년 이상 된 해묵은 숙제다. 몇 년 전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 때도 퇴직 관료들이 산하단체나 기관으로 재취업하고, 이것을 고리로 현직에 있을 때부터 민·관 비리 구조가 만들어진 것을 두고 여론이 들끓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됐다. 이런 것들은 비단 해수부나 금융감독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정부 부처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50년, 60년 뿌리내려온 적폐는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역대 정권은 무슨 운동이라도 하듯이 금방 승부(勝負)를 내겠다는 식의 단기전으로 접근했고 그 결과 번번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는 정부 내 안전 관련 조직 설치와 운영 방안에서부터 국민들의 생각뿐 아니라 행동을 바꾸는 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긴 호흡으로 접근해 가야 한다.

박 대통령과 정부는 혼자 모든 것을 하려 하지 말고 널리 길을 묻고 귀를 열어야 한다. 여야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토론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 한 달여 앞으로 닥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유불리(有不利)를 따지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청와대와 국회가 정파와 이념을 넘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어갈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세월호 이전(以前)과 이후(以後)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몇 년 후 우리는 또다시 땅을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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