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8일 월요일

경향_[사설]한·미와 북한, 상호 비난전으로 허송세월할 텐가

한반도 문제가 선순환하려면 한국·미국과 북한이 각각 서로 상대의 호의를 기대하며 각자 언행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상대의 주장과 의견·제안을 악의와 음모로 받아들이기보다 선의로 받아들이고, 상대가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선순환은 어렵고 악순환은 쉽다. 선순환을 위해서는 적극적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그동안 한·미와 북한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한반도의 당사자들은 잘못을 상대에서 돌리기만 할 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실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행태는 북한 핵 및 인권 문제에서 두드러진다. 북한이 인권침해를 반인권 범죄로 규정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를 공격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북한 당국 책임을 거론했다. 그는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전 세계에서 가장 인권침해가 심각한 나라”라고 역공을 했다. 북한 핵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은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도 최근 4차 핵실험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한다. 이에 한·미 양국 정상은 4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렇게 당사자들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상대 비난 게임만 반복하고 있다. 북한은 그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섞어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공격했다. 대화 상대가 아닌 적을 비난하는 일이라 해도 이렇게까지 상스러운 언어를 동원하기는 쉽지 않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북한의 공격은 자신의 천박성을 폭로하고 스스로 정상적 대화가 어려운 상대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왜 나와 대화하지 않느냐’는 그 언어의 혐오스러움은 대화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의 대북 비판과 압박 발언, 이에 맞선 북한의 상스러운 욕설을 듣고 있노라면 이 당사자들이 과연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관심이나 있는지 의문스러워진다. 이런 상호 적대감과 불신이 극심한 상태에서 남북대화는 기대할 수 없다. 설사 대화한다 해도 그건 시늉 혹은, 대화를 위한 대화에 그칠 것이다. 이렇게 대화 없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악화되고 있는 북핵 문제를 아예 포기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한·미와 북한은 지금 대화라는 까다롭지만 해결책을 찾는 길 대신 대결과 갈등이라는, 속 편하지만 전망이 어두운 길로 내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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