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현장에 출동한 해경 경비정이 구조 상황을 찍은 동영상이 28일 공개됐다. 오전 9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한 경비정은 7인승 고무보트를 바다에 띄워 배 밖에 나와 있던 선장·선원과 승객 수십 명을 구조하는 데 그쳤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 경비정 정장(艇長)은 세월호가 너무 기울어져 있어 배에 오를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9시 47분쯤 해경 한 명이 세월호 갑판에 올라 구명벌을 풀려고 발로 차는 장면과 해경들이 기울어진 선체 위에서 승객 탈출을 도와주는 장면이 동영상에 나와 있다. 한 선원은 속옷 차림으로 구조를 기다리다 선실로 돌아가 겉옷을 챙겨 입고 나오기까지 했다. 해경이 세월호에 오를 수 없을 만큼 위험하지는 않았다는 방증이다. 경비정은 출동 당시 세월호에 400~500명이 타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세월호 갑판이 텅 비어 있어 승객 대부분이 객실에 있다는 걸 초보 해경이라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도 배 안으로 뛰어들어 구조할 시도를 하지 않았다.
경비정 정장은 현장 도착 후 약 5분간 경비정 스피커를 통해 승객들에게 바다로 뛰어내리라는 방송을 수차례 했다고 했다. 그러나 상공에 떠 있던 헬기 3대의 소리에 묻혀 안내 방송은 승객들에게 전달될 수 없었다. 실종자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면 10시 10분까지는 객실에 물이 차지 않은 상태였다. 경비정이 도착한 이후 40분 정도는 어떻게든 손을 써볼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세월호는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을 10시15분까지 내보냈다. 해경 가운데 누군가가 배 안에 들어가 안내 방송을 통해 탈출하라고 했더라면 좀 더 많은 승객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어업지도선이 찍은 또 다른 동영상을 보면 해경 구조선은 경비정에 딸린 고무보트 1척이 전부였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어업지도선과 민간 어선 몇 척이 구조를 도왔다. 이 경비정이나 헬기 3대엔 일반 해경 대원들만 타고 있었다. 특수 구조 훈련을 하고 장비를 갖춘 해경특공대는 세월호가 선수(船首)만 남겨 놓고 완전 침몰한 오전 11시 24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승객 400~500명이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하는 현장이라면 구조선과 전문 구조 인력을 한꺼번에 투입했어야 한다.
검찰은 해경이 늑장 부리지 않고 제때 출동했는지, 왜 선내(船內) 진입 시도는 하지 않았는지, 특공대를 출동시키는 데는 왜 그렇게 시간이 걸렸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해경이 비상 구조 매뉴얼에 따라 구조 작업을 했는지, 평소 그 매뉴얼대로 훈련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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