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의 무역적자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했다고 한다. 며칠 전 양국 간 FTA 타결 당시에도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숨겨왔다. 국민의 눈을 가린 채 협상을 밀어붙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이번 한·캐나다 FTA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던 터다. 과연 누굴 위한 FTA인지 자문해봐야 한다. 이런 일방통행식 FTA를 언제까지 밀어붙일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0일 끝난 한·캐나다 FTA는 다소 의외다. 9년을 끌어온 협상이 4개월 만에 졸속 처리된 배경도 궁금하지만 그 흔한 FTA 효과 분석 자료조차 나온 게 없었다. 정부는 “10년 전 FTA 효과 분석을 했지만 너무 오래된 자료라 별 의미가 없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었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04년 외에 2012년에도 양국 FTA 효과를 분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국이 100% 시장을 개방했을 때 한국은 수출이 연 3억달러가량 늘어나는 반면 캐나다는 5억달러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한국으로 치면 적자 FTA인 셈이다.
FTA는 국익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손실이 뻔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보고서 내용을 숨긴 채 밀어붙인 저의는 뭔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가속도를 내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이 이번 FTA의 배경이라면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TPP 가입을 위해서는 12개 협정 대상국과 개별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국을 끌어들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더구나 TPP가 성사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수를 둘 일인지 의문이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졸속 협정을 막으려면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익을 잣대로 이번 FTA 협상 결과를 현미경 들여다보듯 점검해야 한다. 정부의 무분별한 FTA 추진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새 정부 출범 후 TPP뿐 아니라 한·중 FTA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같이 한국 경제의 운명을 가를 폭발력 있는 사안이다. FTA의 기울어진 잣대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FTA의 최대 피해 계층인 농축산 지원대책도 없이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은 곤란하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몇 년 유예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빚더미에 눌려 고사 위기에 내몰린 농어민들을 어찌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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