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어제 열린 최고중진회의에서만도 정몽준, 이재오, 심재철, 정갑윤 의원 등이 나서 남 원장의 경질과 국정원의 쇄신을 촉구했다. “간첩 사건의 증거 위조 의혹은 국정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 국가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황우여 대표 등 지도부는 ‘선 검찰수사 후 문책론’을 펴지만, 여당 내에서조차 남 원장의 사퇴 없인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문제의식이라 할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공개 국면에서 번번이 국정원 감싸기에 급급했던 여당에서 남 원장의 사퇴론이 쏟아지는 것 자체가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증거를 위조해 간첩을 만드는,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는 공작”(이재오 의원)을 용납할 수는 없다.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 3건 모두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정보 협력자의 자살 미수를 계기로 국정원 직원들이 증거 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자살을 기도하면서 쓴 유서에 “지금의 국정원은 국조원”이라고 했다. ‘국가조작원’이라는 것만큼 이번 사건에서 국정원의 실상을 웅변하는 비유가 없을 터이다. 무엇보다 중국 외교당국이 문제의 문서들이 위조된 것이라 밝히고, 명백한 위조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궤변과 발뺌으로 궁지 모면에 골몰했던 국정원이다. 남 원장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다.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 증거 조작에 관여했다면 국정원은 국가기관이 아니라 범죄집단에 불과하다. 설령 문서 위조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조 사실이 드러난 뒤 은폐·왜곡에 급급하면서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남 원장을 그대로 두고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철저한 수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이번 사건의 총체적 책임을 지고 있는 남 원장의 경질이 선행되어야 한다. 새누리당에서 강경 보수 입장을 펴온 심재철 최고위원의 진단마저 이렇다. “법원에 증거를 위조했다는 것은 법질서를 허무는 것이며 국정원의 근본적인 신뢰를 허무는 것이다. 위조 의혹에서 나아가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실정이다. 국정원의 철저한 쇄신을 위해서는 남재준 원장의 책임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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