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은 12일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면서 "버스 완전 공영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해 무상(無償) 대중교통의 첫걸음을 떼겠다"고 말했다. 김 전 교육감은 4년 전 교육감 선거 때 무상 급식 공약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당선됐다. 이 공약은 우리 사회에 격렬한 '공짜 복지' 논쟁을 불러일으킨 끝에 "아이들 먹는 밥까지 차별하자는 얘기냐"는 정서적 주장이 힘을 얻어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大勢)가 됐다. 무상 복지는 2012년 총선을 거치며 무상 보육으로 확대됐다.
무상 복지 공약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제기됐던 우려는 지금 여러 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17개 전국 교육청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교사 명예퇴직자는 신청자의 절반(53.8%)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는 90.3%였다. 무상 급식 등에 돈을 쓰느라 명예퇴직자들에게 지급할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명퇴 교사 숫자가 줄면서 서울 초등 교사는 임용 시험 합격자 990명 중 단 38명만이 임용됐다. 무상 급식이 청년 실업자를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김 전 교육감이 내건 버스 완전 공영제는 지자체가 공사(公社)를 만들어 버스 운영을 책임지는 제도다. 궁극적으로는 공짜 버스로 가겠다는 얘기다. 경기개발원 등에 따르면 민영 버스 회사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준(準)공영제'를 도입하면 매년 세금을 5000억원 더 지원해야 하고, 완전 공영제는 추가 비용을 추산할 수도 없다고 했다. 김 전 교육감은 이런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관련 업계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부터 먼저 밝혀야 한다.
서울시장 출마 후보자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용산 재개발 논쟁도 실현 여부를 판가름하기 힘든 사업을 둘러싼 다툼이다. 용산 프로젝트는 총사업비 30조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으로 자금 확보에 차질을 빚으면서 작년 3월 전면 백지화됐다. 도중에 사업 주체도 바뀌었고 지가(地價)가 급등락하면서 피해자도 수천 명 생겼다. 일부 주민의 반대도 격렬하다. 재개발을 다시 시작하려면 자금 조달 계획부터 반대 주민 설득 방안까지 구체적 대안을 내놓은 후 시민들의 여론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선거 때마다 터지는 대형 복지 공약, 지역 개발 공약 때문에 온 나라가 몸살을 겪어왔다. 뉴타운 사업, 용인 경전철, 리조트 개발 사업 등 선거 때 표(票)를 모으는 데 악용했다가 주민들에게 수천억원, 수조원 빚더미만 떠넘긴 실패 사례가 전국 곳곳에 널려 있다. 그러고도 다시 선거가 닥치자 재원 대책이나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 대응 계획도 없는 설익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래서는 지방선거가 지역 일꾼을 뽑는 게 아니라 주민들에게 세금 덤터기를 떠안기는 경쟁으로 가고 말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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