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문제는 특정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제도를 편의적으로 운용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2008년 총선 때는 한나라당에서 집권 이명박 세력의 밀실공천으로 박근혜파 학살 소동이 빚어졌다. 정해진 룰을 바꾸자는 파행적 주장도 있었다. 2012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정몽준·이재오 의원은 ‘완전국민경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선에 불참했다.
야당은 후보단일화를 위해 공천제를 왜곡했다.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지역구 여러 곳에서 여론조사로 단일후보를 골랐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서울 관악을에서 후보가 됐으나 보좌진이 허위응답을 유도한 범죄가 드러나 후보직을 사퇴했다.
정당들은 현재 국민과 당원이 투표하는 ‘상향식 공천’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당이 자의적으로 방식을 정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우선공천(전략공천)’이란 조항을 활용해 제주지사 후보공천에 ‘100%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여론조사는 오차와 표본의 한계 등으로 후보를 다방면으로 평가하는 데 허점이 많다. 그래서 심사의 참고 자료 정도로 쓰거나 경선에 도입하더라도 일부만 허용해야 한다. 이런 ‘참고용’을 당은 ‘결정용’으로 바꾼 것이다. 특정인(원희룡 전 의원)을 고려한 편의적인 결정이다.
당이 자의적으로 여성을 공천할 수 있는 우선공천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서울의 서초·강남·광진·용산·금천구를 여성 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하려다 반대에 부닥쳐 일단 보류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왜 유독 이 지역들만 선택권이 제한되어야 하는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신당을 추진하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선거가 코앞인데 공천방식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측은 권력의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보장하려면 광주·전남 같은 지역에서 경선이 아니라 한 세력이 다른 세력에 양보하는 전략공천이 나올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당원들이 투표로 후보를 뽑는 당원경선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 비(非)당원 일반 국민도 일부 참여하는 제한적 국민경선을 주요 공천제도로 활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당원이 공천하고 국민이 선택하는 선진국형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 목표로 가는 과도기에선 현행 제도나마 혼란이 없도록 일관성 있게 운용하는 게 필요하다. 공천제도가 춤을 추면 정치의 안정성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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